'정의로운 사람들'이라는 단체의 관계자가 5일 오후 부산대 정문 앞에서 조국 전 장관 딸 부정 입학 취소 촉구 집회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부산대가 지난 5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의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민씨 입시 부정이 불거진 지 2년 7개월, 부산대가 작년 8월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의 자체 조사를 거쳐 입학 취소 예비행정처분을 내린 지 8개월 만이다.

조씨에 대한 의전원 입학 취소 여부는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 사안이 아니었다. 이미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는 2020년 12월 1심에서 딸의 동양대 총장상을 비롯한 서류 4건을 위조 또는 허위 제출했다는 사실이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작년 8월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경력 위조가 확인됐다면 의전원 입시에서 탈락했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조씨가 응시한 2015년 의전원 신입생 모집 요강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졸업한 후에라도 학적 말소 조치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도 부산대는 당사자 청문(聽聞) 절차를 작년 12월에야 밟기 시작하는 등 그동안 시간을 질질 끌어왔다.

그러다가 대선 결과가 확정된 뒤 26일 만에 부산대가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향후 권력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지켜 보면서 눈치를 본 것이다. 그러는 사이 조민씨는 의전원 졸업반 진급 시험에서 두 번이나 낙제했는데도 구제받아 작년 1월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자격을 얻었다. 그 의사 자격증으로 한전 산하 모 병원에서 인턴 과정도 밟아왔다.

부산대의 뒤늦은 입학 취소 결정은 대학들이 얼마나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존재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권에 밉보이면 교육부가 내려보내는 각종 연구 지원금이 끊겨 대학 재정이 하루아침에 흔들리게 된다. 정부 지원금 없이는 독자적으로 존립하기 힘들 만큼 재정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권력 눈치를 보느라 뻔한 결정조차 독립적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런 대학을 어떻게 지성들의 집단으로 인정해줄 수 있겠는가. 한 달 뒤 출범할 새 정부 역시 굽신대는 대학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대학 사회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학이 자율 판단 아래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면서 경쟁력을 갖춰나가도록 대학 지원금 배분 제도부터 혁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