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재건축 등의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5주 연속 하락하던 전국 집값이 이번 주 보합을 보였고, 서울 서초구·강남구는 소폭 상승세를 기록했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신고가보다 7억~12억원씩 오른 값에 팔린 곳도 있었다.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긴 이르나 상승의 조짐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

조합설립 인가 취소 등 위기를 겪은 신반포 12차 아파트가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7일 서울시는 신반포 12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 정비 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 12차 아파트 앞에 붙은 축하 현수막. 2022.03.28. /뉴시스

윤 당선인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다. 미친 집값, 미친 전셋값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층과 청년, 세금 폭탄을 얻어맞은 선의의 1주택자들이 분노해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주었다. 역대 최악의 집값 급등을 불러온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도한 규제와 비합리적 세제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하고 수요자가 안심할 정도의 과감한 공급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동시에 정책 전환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의 골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발(發) 규제 완화 뉴스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윤 당선인도 “무리한 다주택자 규제를 세밀히 살펴봐야 한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 등으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려는 국민에게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한다”는 등의 지시를 계속 내리고 있다. 큰 그림 없이 부분적으로 쏟아지는 규제 완화 움직임은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부동산 제도 방향 전환은 시장 상황을 살펴가며 세심하고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함께 공급 대책, 투기 근절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1가구 1주택 기조는 단호하게 이어가야 한다. 보유세 완화도 1주택자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 다주택자를 지나치게 죄악시하고 예외 없이 투기꾼 취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보유세를 다 낮춰주면 투기 심리를 부채질하게 된다.

과도한 부동산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다만, 그 대전제는 집값 안정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이다. 규제 완화가 집값을 또 올린다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전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의 경우 일거에 모든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과잉 의욕이 역풍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새 정부가 집값 안정에 실패하면 문 정권에 쏟아졌던 비난보다 더 큰 비난을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