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병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가 68명으로 늘었다. 군은 문무대왕함 승조원 전원을 하선(下船)시켜 귀국시키기로 하고 수송기를 현지에 보냈다. 군함 승조원이 감염병 때문에 작전 중 전원 하선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전쟁 중 격침이나 나포, 침몰 사고 등으로 하선하는 경우는 있지만 감염병 때문에 배를 떠난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K방역’을 내세우며 ‘방역 선진국’을 자처하던 정부가 세계 해군사에 남을 불명예 기록을 만들었다.
청해부대는 군의 백신 접종 개시 전에 출항했다. 백신 수송에 어려움은 있지만 정부 관심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동의하면 백신 공급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장병에겐 왜 백신 줄 생각조차 못했냐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8명이 나왔을 때 서욱 국방장관은 철저한 방역을 지시했다. 그런데도 청해부대가 방치된 것은 무슨 이유인가. 청해부대에서 첫 증상자가 나온 후 열흘 넘게 코로나 검사와 격리·치료도 이뤄지지 않았다. 군 당국이 백신 공급과 초기 방역에 모두 실패한 것이다. 이러고도 누구 한 명 책임지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가 ‘방역 성공'을 자랑할 때마다 백신 수급은 차질 빚고 코로나는 4차 대유행으로 갔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코로나 대응에서 세계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파병 장병에게 백신 하나 공급 못해 전원 군함을 떠나게 만든 상황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