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가운데) 대표와 김진표(오른쪽)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진선미 고문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1차 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송 대표와 김 위원장은 부동산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친문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내부 반발에 부딪혀 있다. /이덕훈 기자

주택 대출 규제 완화와 세 부담 경감 등 부동산 정책 개편을 추진 중인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어떤 의원은 송 대표 면전에서 “세 부담 경감은 투기억제·보유세 강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기본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고 따졌고, 다른 의원은 “진단과 처방이 모두 엉터리”라고 비난했다. 김부겸 총리도 돌연 강경파 쪽으로 기울었다. 김 총리는 지난 17일엔 “장기 1주택 보유자들을 위한 종부세 과세 이연 제도와 고령·은퇴자들에 대한 탄력적 세율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말을 바꿔 “집값이 오른 것은 불로소득”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양도세 중과 유예·완화는 다주택자들에게 ‘버티면 이긴다’는 신념만 심어준다”고 반기를 들었다. 그는 송 대표의 ‘청년·무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 비율) 90%’ 공약에 대해서도 “송 대표의 ‘누구나 집 프로젝트’가 와전돼 기사화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도 “종부세 과세 기준 상향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총리, 강성 친문 의원들이 일제히 부동산 정책 개편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반면 4·7재·보선 직후 당내에서 과감한 정책 변화를 요구했던 목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있다. 결국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개편은 소폭의 대출 완화와 재산세 감면 등 지엽말단 수준의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년간 20여차례 부동산 대책이 모두 실패한 것은 부동산 문제를 시장 원리가 아니라 ‘강남 세금 때리기’ 등 정치공학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실패로 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60% 이상 폭등했다. 이전 정부 때 30만명이었던 종부세 대상자가 올해 100만명을 넘어설 판이다. 정부가 “상위 1%의 극소수만 내게 하겠다”던 종부세가 서울에선 주택 보유자 4~5명 중 1명꼴로 내는 보편세가 돼가고 있다. 특히 고령 은퇴자 등 소득 없는 1주택자의 세 부담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보유세·거래세 부담을 줄이고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공급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면 당장은 가수요가 생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 가격 상승을 관리하면서 근본적 정책 전환을 해나가면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도 여권이 계속 ‘부동산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부동산 안정보다 내년 대선 승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