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남편 이일병(왼쪽) 전 연세대 교수와 앉아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외교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며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행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3일 미국 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장관 남편은 블로그에 ‘요트를 구입해 미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적었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730만명을 넘고 대통령까지 감염된 상황이다. 코로나 최대 위험국에 요트 사러 놀러 갔다는 것이다. 그는 2월에도 외교부가 여행 최소화 권고를 내린 베트남을 여행했고 6월에는 그리스행 비행기표를 샀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전 국민에게 요구한 ‘여행 자제’에서 장관 남편은 계속 ‘예외’였다.

강 장관 남편은 공항에서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것이 아니잖냐.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제 삶을 사는 것인데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런 생각으로 자기 삶을 즐기고 싶은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행 자제하라’는 정부 말을 따르는 것은 방역과 공동체 안전을 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장관 배우자가 장관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 가족도 설득하지 못하는 정부 지침을 어떤 국민이 따르고 싶겠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추석 전 방역을 강조하며 국민에게 ‘이동 자제’를 부탁했다. 국립현충원을 비롯한 전국 국립묘지들은 연휴 기간 아예 문을 닫았다. 많은 국민이 그리운 가족 만남은 물론 성묘도 참았다. 그런데 이 대표는 추석 당일 김해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국민의 성묘는 막으면서 자신은 ‘정치 성묘’를 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깨어 있는 시민들'께서 많이 오셨다”고 적어놓고 시민 10여명에게 둘러싸인 사진을 올렸다. 이 대표 부탁대로 이동 자제하고 성묘도 못한 국민은 뭐가 되나.

이 정권에선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이고 자기가 하면 ‘체크리스트’가 된다. 자기 자식은 특목고 보내놓고 지금은 ‘불평등’이니 없애자고 한다. 반대편의 병역·입시 비리는 정의와 공정을 해치는 천인공노할 일이고 자기 편의 무수한 파렴치는 군·교육 제도 탓으로 돌린다. 이제는 국민에게는 여행도, 성묘도 자제하라고 해놓고 자기들은 아무렇지 않게 한다. 코로나 방역마저 내로남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