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한국이 민주주의를 유지할지, 다시 권위주의로 돌아갈지의 갈림길에 있던 1980년 무렵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7년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은 이미 기술 주도형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이후 IMF 금융 위기 전후로 한국에서 여러 차례 여름을 보냈는데, 한국이 기술 중심으로 위기를 돌파하면서 결국 세계에서 가장 잘 연결된 초고속 인터넷 국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작년에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그간의 변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오늘날 한국의 도시는 미국의 웬만한 도시들보다 더 미래적이었고, 한국 문화는 세계를 매료시키는 글로벌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며, 경제는 세계 정상급 기업들이 이끌고 있었다.
브로드밴드와 모바일 인터넷 등의 기술을 이끌었던 한국은 이제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주도할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지능의 시대(Intelligence Age)’를 선도할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AI 지원, 역동적인 AI 스타트업 생태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 등 ‘완전한 AI 기술 스택’을 보유한 보기 드문 국가다.
이런 바탕 위에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발전 시설을 포함한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AI 시대, 인프라는 운명이다.
AI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나라는 가장 많은 인프라를 구축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픈AI 포 컨트리스’(OpenAI for Countries)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AI 인프라를 확대하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 국가들이 자체 스타게이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AI 혁신 국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돼 AI 기술 개발 및 수출 역량 강화는 물론, 글로벌 AI 규범과 표준 설정 과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게 되고, AI 교육과 연구 기회가 확대돼 인재를 양성하고, AI의 혜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초대형 슈퍼컴퓨터 캠퍼스를 조성하고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최첨단 칩과 서버를 개발하며, 새로운 에너지 공급 인프라까지 확충하고 있다. 투자자 및 자산운용사들과 협력해 AI 관련 스타트업과 신기술 분야에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파트너들이 각 지역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자본과 오픈AI 자체 자원을 결합한 기술 파트너십 및 투자 펀드를 통해 한국의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지원하고자 한다.
‘오픈AI 포 컨트리스’ 발표 이후,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보여준 높은 관심과 기대는 매우 고무적이다. 협력을 통해 데이터 주권,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 ‘한국형 AI’ 모델 개발 등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