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주말뉴스부장

한 외신의 주말 books면을 읽다가 이 책을 만났습니다. ‘Head Hand Heart’. 영국의 시사 교양지 ‘프로스펙트’(Prospect)를 창간한 정치 평론가 데이비드 굿하트의 신작인데, 이런 주장을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몸으로 일하는 사람, 그리고 공감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것. 머리만 똑똑한 엘리트들은 재난의 공동체에서 그다지 도움이 안 되더라는 것. 오히려 간호사와 택배 기사,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핵심 인력이라는 거죠. 소위 엘리트 능력주의 사회(meritocracy)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조국 백서’ 저자 중 한 명인 최민희 전 의원 발언으로 유명해진 단어가 있습니다. 초엘리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딸의 교육 문제를 옹호하다 인용한 말이죠. ‘대한민국 초엘리트 조국’. ‘추엘리트’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아들 부대 배치와 휴가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조롱이죠.

정의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의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는 점에서 더 냉정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실 공감력 부족이 초엘리트 일부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얼마 전 ‘전교 1등 의사에게 진료받겠느냐 아니면 추천제 의사에게 진료받겠느냐’는 홍보 문구로 여론의 지지를 잃은 파업 의사들도 마찬가지죠.

두뇌는 뛰어나지만, 손은 곰손이고 공감력은 제로인 사람들. 현대사회에서 엘리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십분 인정하지만, 타인에 대한 나태와 둔감이야말로 엘리트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의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가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라도 ‘더불어 사는 삶’은 필수적이죠. 존엄과 지위는 모두가 원하는 것이니까요.

다시 서두의 ‘Head Hand Heart’로 돌아갑니다. 이번 주 ‘아무튼, 주말’에는 유독 손과 마음이 뜨거운 사람이 많이 등장합니다. 4대째 쇠를 달궈 칼을 만들고 가는 대장장이 전종렬씨, 스물여덟에 아프리카 케냐로 건너가 30년째 남을 위해 일하는 간호사 백영심씨를 만납니다. ‘엘리트 독식 사회’ ‘약탈적 엘리트’라는 냉소를 녹이는 삶이 이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