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1700만원 횡령’ 윤미향 의원이 지은 가장 큰 죄

  돈과 권력이 운동의 대의를 그르칠 거라 우려했던 이는 정대협 초대 대표였던 윤정옥 이화여대 명예교수다. 그는 “1992년 시작된 수요 집회 초창기만 해도 모금 활동은 없었다. 기부는 고마운 일이지만 단체가 먼저 나서서 돈을 모금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할머니들을 돕는다는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모금 규모는 점점 커졌고 억대 정부 지원금까지 받으면서 정대협은 초심을 잃기 시작했다.

이를 가장 먼저 할머니들이 감지했다. 그들이 분노한 시점이 정대협 리더들이 정계로 진출한 때와 일치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지은희, 이미경이 노무현 정부에 입성할 때, 윤미향이 문재인 정권의 여당 의원으로 들어갈 때 할머니들은 “결국 당신들 출세를 위해 우리를 이용한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재판부는 1700만원 횡령만 죄라고 했으나, 윤미향 의원이 지은 진짜 죄는 따로 있다. 반세기 한국 여성운동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킨 것,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관심을 사그라들게 한 것이다.

 [사설] 韓 대통령 12년 만의 방일과 日의 유보적 태도

  이날 일본 정부는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4년 만에 해제했다. 한국은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조치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문재인 정부의 파기 선언 이후 조건부 연장 상태였던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도 선언했다. 이로써 2018년 징용 판결 이후 양국 정부의 대응 조치가 대부분 해제돼 표면적으론 한일 관계가 징용 판결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직후 발언 그대로다. 1998년 공동선언에 담긴 ‘반성과 사죄’ 내용도 언급하지 않았고 한국의 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로 표명도 없었다.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일본의 호응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과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한일 경제안보 협의체와 차관급 전략 대화를 비롯해 분야별 소통 채널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한 협력 관계를 전방위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윤석열 대통령이 마주한 두 전쟁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서두른 이유도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요구한) 일본과의 협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4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한미 동맹은 한미와 인도·태평양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증진하는 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듯 한국이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류 교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동맹을 배제한 트럼프 방식이 아니라 동맹을 규합한 바이든에게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국제 정치의 패권 전쟁이든 국내 정치의 주류 전쟁이든 본질은 ‘지배하는 힘’ 즉 권력 쟁취다. 국제 정치에서는 군사·기술 동맹이 승패를 가르지만 국내 정치의 승패는 오로지 선거로 가른다.

내년 총선은 ‘주류 교체 전쟁’의 역사적 분수령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결코 져서는 안 되는 선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동맹을 배제한 트럼프의 길과 ‘탄핵 주체’를 좁힘으로써 고립을 자초한 문재인의 길을 쫓아가고 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234명이 찬성하고, 국민 80% 이상이 지지한 ‘탄핵 동맹’을 ‘개혁 동맹’으로 발전시켜 개헌을 통한 ‘2017 체제’를 만들었다면 마침내 주류 교체 전쟁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기자의 시각] 가짜뉴스 퍼나르는 패널들

  “일본에서 학수고대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지금은 연장 조치를 중단한 상태인데 우리가 먼저 철회하는, 연장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국내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 수집이 안 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우리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으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죠.”

지난 10일 KBS 라디오를 들으니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패널이 이렇게 말했다. 정확하지 못한 표현이다. 한일이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를 위해 2016년 11월 체결한 GSOMIA는 중단 없이 1년 단위로 6차례 갱신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고위 당국자가 “정상화란 표현은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로 궤도에 올랐다. 단지 전 정부에서 있었던 ‘종료 통보와 유예’라는 소동을 정리하는 형식적 절차만 남아있을 뿐이다.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에만 좋은 일 해주는 것’이란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판단이 흐려질 때가 많다. 13일 MBC 라디오에선 한 패널이 대통령 방일과 관련, “우리는 국빈 방문이라 홍보했는데 (일본에선) 실무 회담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방일은 11년 만에 재개되는 ‘셔틀 외교’의 첫 단추를 채우는 1박 2일 짧은 일정이다. 패널은 4월 있을 미국 방문과 착각한 것인데 끝내 이를 바로잡지 않고 대통령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MBC에선 진행자가 ‘한일 정상 통화에 주한 미국 대사가 배석했다’는 가짜 뉴스가 사실인 양 출연자에게 질문하는 일도 있었다.  

 [만물상] 나치 침공도 막았던 스위스 은행의 굴욕

▶스위스가 은행 강국이 된 비결은 신용과 비밀주의에 있다. 프랑스혁명 당시 스위스 용병 786명은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원 전사했다. ‘스위스 용병은 계약을 죽어도 지킨다’는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교황도 스위스 용병을 경호원으로 썼다. 이런 신뢰가 자본이 돼 스위스 은행업을 키웠다. 비밀주의란 누구든 돈만 갖고 오면 출처도 이름도 묻지 않고 계좌를 열어주는 것이다. 한 스위스 은행가는 “고객이 ‘내 이름은 헤네시(술 이름)입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군요. 여기 30만달러가 있습니다’라고 하면 이름 없는 계좌를 열어준다”고 했다. 스와치 시계 창업자는 “스위스의 위대한 가치는 난민에게 ‘돈의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2차 대전 중 유럽 유대인 부자들이 스위스 은행에 재산을 맡겼다. 나치 간부들도 비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맡겼다.

▶1998년 홀로코스트 희생자 유족들이 UBS, CS를 상대로 예금 반환 소송을 걸어 12억5000만달러를 돌려받았다. 철옹성 같던 비밀주의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2008년엔 미국 국세청의 압박에 굴복해 UBS가 미국인 고객 명단을 넘겨주고 벌금 7억8000만달러를 자진 납부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똘똘 뭉쳐 압박하자, 스위스 정부가 무릎을 꿇었다. 스위스 은행이 EU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에 대해 35%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이 세금의 75%를 해당국 정부에 송금해 주고 있다.

조선일보
letter@chosun.com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33 027245114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