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국제부 차장

전체 국가 교역의 4분의 1을 중국과 한다. 중국 수출입 의존도가 일본·미국을 합친 것보다 많고, 작년 중국인 관광객 130만명이 와서 15조원 정도를 쓰고 갔다. 전체 유학생의 30% 가까운 17만 중국 청년이 대학 재정을 굳건히 떠받친다. 한국인가 싶지만 섬나라 호주의 실정이다. 이런 호주와 중국의 관계가 요즘 1972년 수교 이래 최악이다.

중국 정부는 5월부터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산 맥주 원료로 많이 쓰이는 호주산 보리에도 최대 80.5% 관세를 부과했다가, 최근엔 아예 수입을 금지해 버렸다. 호주산 와인에 대해선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관영 언론의 편집인은 호주가 신발에 붙은 껌 같은 귀찮은 존재라서 가끔 돌에 문질러줘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비하했다. 자국민에게는 호주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령을 내렸다. 모두 호주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히는 국제 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후 생긴 일들이다.

중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중국이 어느 선까지 호주를 밀어붙일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호주 기자들이 호주산 와규 구이와 호주 보리가 들어간 샐러드, 호주 와인으로 구성된 메뉴를 중국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차려 놓고 왕시닝 주호주 부(副)대사를 초청한 이유다. 명색이 외교관이면 에둘러 말할 법도 한데, 왕시닝은 연단에서 호주의 ‘죄상’을 질타했다. 그는 “호주 정부가 코로나 기원 조사를 국제사회에 제안하기 전에 우선 중국 정부에 문의했어야 했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고 했다. 그는 호주에 대한 중국의 감정을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로 표현했다. 중국을 카이사르에, 호주를 카이사르 암살에 앞장섰다고 하는 아들뻘 브루투스에 비유한 것이다. 여지없는 조공국 취급이다.

우리에게 낯선 장면이 아니다. 중국은 2016년 7월 사드 한국 배치 확정 이후 사드 운영 주체인 미국이 아닌 한국만 두들겨 팼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 현지에서 공사 중단과 영업 중지 식으로 집중포화를 맞았고, 중국 단체 관광객이 끊겨 명동 거리가 텅 비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후버연구소는 소국인 한국이 대국인 중국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한족(漢族) 우월주의’가 사드 보복에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 군사 주권을 내주는 ‘3불(不) 합의’로 부랴부랴 중국과 타협했다. 이 합의로 한국은 낡은 사드 부품을 바꿀 때마다 중국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

호주의 대응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계속되는 중국의 압박에 “우리 가치관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주는 스파이 활동 혐의로 중국인 학자들 비자를 취소했고, 호주에 있는 중국 매체 기자들의 숙소를 비슷한 혐의로 수색했다. 중국 기업의 호주 회사 인수 계획을 국익에 반한다며 막아 세웠다. 중국 정부가 호주 주(州)정부와 단독 계약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만들어 중국 영향력이 더 스며드는 것을 틀어막기로 했다.

사드 사태 이후 4년 동안 우리 정부는 배운 게 없는 것 같다. 안보는 미국과 동맹에 기대고, 경제는 중국에 기댈 수 있다는 시각이 횡행한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무역 전쟁,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에 정치와 경제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이런 시기에 정경 분리는 전략이 될 수 없다. 평화 시에나 간신히 통할까 말까 한 한국의 허망한 바람일 뿐이다. 게다가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살필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 호주는 정치와 경제가 한 몸이란 것을 알고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호주를 유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