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 예배가 먼저냐, 코로나 방역이 먼저냐를 두고 정부와 종교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갈등은 교회 조직은 물리적 공간에 모이는 행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서 예배드림으로써 교회는 조직되고 공동체 의식이 강화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드리는 예배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물리적 시공간을 공유하는 행위다. 예배를 못 드리면 시공간 공유가 없어지고 이는 교회 공동체를 약화한다.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공동체는 해체된다. 장거리 연애가 실패하는 원리와 같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이는 행위는 권력 구조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 구조는 공동체를 만든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일러스트=이철원

공간에 모이는 행위는 권력 구조를 만든다

회사는 업무 수행이 가장 중요한 이익 집단이다. 따라서 어디서든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면 굳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재택근무가 당위성을 가지는 배경이다. 맞는 말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예배와 마찬가지로 주 5일 하는 출근은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형성한다. 출근하지 않으면 회사 공동체도 약해진다.

코로나 방역 3단계가 논의되면서 내가 운영하는 설계 사무소도 재택근무를 검토해보았다. 우선 직원의 집에 대형 모니터와 데스크톱 컴퓨터를 설치해서 집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했다. 그런데 직원들은 데스크톱 컴퓨터 대신 랩톱 컴퓨터를 원했다. 이유인즉 자신들의 작은 집은 근무하기 열악하니 카페에서 일해야 하고 그래서 랩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카페에서 일한다면 방역에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결국은 일단 러시아워를 피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건축 설계 사무소는 업무 특성상 고성능 데스크톱 컴퓨터와 큰 모니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직원들은 모니터 두 대를 앞에 두고 일한다. 그리고 이 모니터들은 주로 자신의 공간을 가려주는 칸막이벽 기능도 겸하고 있다. 랩톱 컴퓨터의 작은 스크린에서 건축 설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일부 현대카드 사무실은 정해진 내 자리 없이 매일 다른 자리를 찾아서 앉는 자율 좌석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곳에서도 그래픽 작업을 하는 직원들은 대형 모니터 때문에 지정 좌석을 이용한다.

업무 능력 냉정하게 평가받는 재택근무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카페에 앉아서 랩톱으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업종도 있다. 주로 하는 업무가 보고서 작성, 이메일 송수신, 소프트웨어 개발, 콘퍼런스 콜이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바일로 작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카페에서 랩톱으로 일한다면 과연 그들은 사무실 직원인가 아니면 프리랜서인가? 직원과 프리랜서의 차이는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업무를 본다는 측면에서 같을지라도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으면 조직에 대한 귀속성이 약해진다. 재택근무를 하면 자연스럽게 회사 조직의 재구성과 해체가 이루어진다. 고용주는 ‘재택근무만 하는 직원을 각종 의무가 있는 정직원으로 둘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52시간 근무, 4대 보험 등의 장치는 안정적 직장을 만들고 그를 통해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시스템이다. 향후 재택근무와 실적 위주가 되면서 생겨나는 편리함은 공간이 만들었던 조직 구조를 해체할 것이고, 조직 구조 해체는 노동자의 안전망 해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워에서 해방되고 정해진 시각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카페에서 폼 나게 일하는 것은 업무 공간을 개인화한다. 이러한 개인화한 공간 체계는 조직을 쪼개서 개인으로 파편화할 것이고, 이는 일자리의 프리랜서화를 가속할 것이다. 팀장급 이상 사람들에게 재택근무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개인별로 업무의 계획과 실행이 명확해져서 종전에 큰 조직에서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개인의 업무 수행 능력이 냉정하게 평가받는 사회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변화는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재택근무 가능한 직업은 35% 수준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은 전체의 35% 수준이다. 다른 말로 이 35% 직업이 집에서 일할 공간이 확보될 수 있게 이사를 가든가, 아니면 새로운 디자인의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 환경의 변화는 회사의 조직 문화를 바꿀 것이다. 과거 농업 사회에서 직장 동료는 이웃이었고 일자리는 평생 직장이었다. 1970년대 산업화가 이뤄지자 직장 동료는 다양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구성되었고, 이들이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 공간은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 옆집 이웃이 아닌 먼 곳에서 모인 직장 동료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 고양을 위해 퇴근 후 저녁 식사까지 같이 하는 회식 문화가 만들어졌다. 2020년 현재 코로나는 회식 문화를 없앴고, 직장 주변의 골목 상권이 와해되고 있다. 프리랜서가 늘어나면 직장 중심으로 구성된 건강보험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향후 재택근무가 만들어낼 세상은 회사 공간이 만들었던 조직 공동체의 보호막을 약화시킬 것이다. 직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사회 보호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