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대결이 미국과 중국의 충돌 형식으로 재현되는 가운데, 중국 소설가 옌롄커(閻連科·62)가 요즘 시진핑 정권에 비판적인 서구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10여 년 전부터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옌롄커가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실패를 비판한 글을 발표해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고, 그의 가족사 회상록 ‘나와 아버지’가 최근 영어와 프랑스어로 잇달아 번역됐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봄에 발표한 중국 정부 성토문은 코로나 발생을 처음 외부에 알렸다가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코로나로 숨진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언급했다. “우리가 리원량처럼 호각을 부는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우리는 호각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중국인의 각성을 촉구했다.

일러스트=이철원

옌렌커는 가난과 질병, 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중국 허난성의 농촌에서 태어났다. 27년 동안 직업 군인 겸 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2004년 장편 ‘레닌의 키스’를 통해 혁명 이후 민중 수난사를 부각해 찬반 논쟁을 초래한 뒤 군에서 쫓겨났다. 이듬해 발표한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다’는 마오쩌둥을 모독한 부분 때문에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후 그의 소설 대다수는 중국에서 출판을 거절당했지만, 일부는 대만에서 출판돼 20여 국에서 번역된 덕분에, 지난 2014년 노벨 문학상에 버금가는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주요 소설은 이미 우리말로 다 번역됐다. 세계적 작가로 뜬 덕분인지, 그가 중국 당국에 공식적으로 구금당하거나 해외 망명을 강요당한 적은 없다고 한다.

옌롄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외국 언론은 내 책이 전부 정치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 관심사는 정치가 아니라 중국 인민의 생존 투쟁”이라며 “그 투쟁은 종종 권력과 연관되기 때문에, 내 책 몇 권이 금서가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국내에도 번역된 소설 ‘작렬지’ 후기를 통해 자신의 소설 기법을 ‘신실주의(神實主義)’란 신조어로 설명했다. ‘사실주의’ 소설 기법으론 중국의 신기한 부조리를 형상화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과 환상, 기담(奇談)을 넘나드는 ‘신실주의’ 소설로 풍자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오늘날 중국에서 날마다 발생하는 기이한 일들에 아연실색할 때, 모든 중국 작가는 그러한 인류 역사와 경험을 초월하는 실재 앞에서 현실에 대한 글쓰기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한지를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옌롄커의 음성은 최근 우리말로 번역된 산문집 ‘침묵과 한숨’에서 더 살갑게 들린다. 글쓰기 태도와 관련해 그가 전한 ‘맹인과 손전등’ 이야기가 남다른 울림을 남긴다. 그의 고향엔 젊어서 눈이 먼 노인이 살았는데, 노인은 밤길을 걸을 때마다 손전등을 켠 채 다녔다고 한다. 그 불빛 덕분에 사람들은 멀리서도 그를 바라보면서 몸을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다. 더구나 그 노인은 지나가는 다른 사람의 앞길을 향해 무사하라고 손전등을 비춰줬다. 노인이 세상을 떠나자 동네 사람들은 그의 손전등 불빛에 감사를 표시하고 그를 기억하면서 각양각색 손전등을 관에 넣어줬다. 옌롄커는 “내 글쓰기는 그 불빛처럼 남을 위해 내가 피하면서 어둠 밝히기를 지향한다”고 했다. 눈먼 촌로의 성자(聖者) 같았던 삶을 소개하면서 그는 문학이 갈 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겸손했다. “외국 어디를 가든 나를 중국에서 금서가 가장 많은 작가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금지와 쟁론이 예술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의 척도나 기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새 작품을 쓸 때마다 예술적 실험을 시도했고, 꾸준히 현실 비판 목소리를 유지할 뿐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비유했다. “작가가 계란이 되어 부서졌을 때, 그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가 아직 신선한 색깔과 맛을 간직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키우고 있다. 일당독재의 효율성으로 쌓은 국력을 과시하지만, 홍콩의 민주주의 탄압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이 지구촌의 선도 국가가 될 자격은 없다. 한국인에겐 문재인 정권 이후 유난히 오만하고 협량하게 군다. 그처럼 기괴한 체제 내부에서 고발의 호루라기를 부는 작가 옌롄커에게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 더 귀를 기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