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정 사회정책부 기자

직장인들 사이에 이런 말이 돈다. “코로나에 걸렸다 싶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이라는 질문의 답은 “빨리 진단 검사를 받는다”가 아니라고 한다. “빨리 회사 동료에게 전염시켜서 1호로 만들고 나는 2호가 된다”라고 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기업마다 방역 비상이 걸린 뒤로 소셜미디어에는 ‘회사 내 1호 확진자’가 되는 것을 두려하는 직장인들의 글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 배달업계 직원은 “대부분의 ‘확진자’ 관련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 ‘구상권 청구하라’다. 확진자가 방역 수칙을 지켰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게 무섭다”고 했다. 무증상 전파 등 자신도 모르는 새에 걸릴 수도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책임이 무조건 확진자 개인의 잘못으로만 쏠릴 때가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인 코로나도 무섭지만, ‘확진자'라는 소리를 듣는 게 더 무섭다"는 말도 나온다. 한 대기업 직원은 “겉으론 좋게 넘어가도 100% 인사 고과에 반영될 것 같아 겁난다"고 했다.

나 때문에 직장이 방역 차원에서 폐쇄되고, 직장 동료들이 줄지어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공포스럽다고 하는 직장인이 많다. 회사에 피해를 줬다는 자책감, 누구누구 때문에 회사에 코로나가 번졌다는 뒷담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한 대기업 대리는 “만약 코로나에 걸리면 회사에서는 ‘빨리 완치되길 바란다. 다른 생각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속으로는 “어딜 돌아다녔길래 코로나에 걸려서 회사에 퍼뜨렸느냐”는 생각을 할 게 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한 공기업 이사장은 확진자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글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방역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메르스 사태 때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방역 전선에 나섰던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전염병 방역에서 빠른 감염 진원지 파악이 제일 중요한데 확진자에게 비난이 클 것이라고 예상하면 감염 사실을 숨기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첫 코로나 감염자 발생 이후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 상담받은 확진자와 그 가족이 2만건을 넘어섰다. 이들은 감염 후유증뿐 아니라 자신들을 향해 쏟아졌던 사회적 비판과 손가락질에 대한 괴로움도 크다고 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감염’이 20%를 넘는다. 마스크를 제대로 썼어도, 방역 수칙을 잘 지켰어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 누구든지 뜻하지 않게 확진자가 될 수 있고, 그런 일이 쉽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확진자들에 대한 비난과 손가락질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사내 1호 확진자가 증상을 알아채고도 1호 확진자라는 멍에를 쓰지 않겠다고 참고 출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