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이리 와 봐

물이 가득 찬 컵에

조심조심 물을 더 부어봤는데

볼록 솟기만 하고

넘치지 않아,

물이 서로서로

꼭 껴안고 있나 봐

아무도 밀어내지 않고.

나는 학교서

짝짓기 놀이했을 때

친구들을 밖으로 밀어냈는데,

나 살려고.

너뿐만이 아냐

우리 다 그래.

-오은영(1959~)

이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찔리고 아프지 않을까. ‘나 살려고’ 이웃을 ‘밖으로 밀어낸’ 적 있었던 사람은. 가슴속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돌아도 볼 것이다. 인간은 어려운 상황에 몰리면 살아남으려고 버둥거리기 마련이다. 그때! 남을 밀어낸다. 그러곤 양심의 가책도 받는다. 시는 그런 사람에게도 위로를 준다. ‘다 그래’ 하고. 사람 본능은 그런 거라며.

시는 깊은 성찰도 요구하고 있다. 친구나 가까운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힘들고 어려울 땐 껴안으라고. 물이 서로 껴안아 넘치지 않고 볼록 솟은 것처럼. 시는 과학 원리인 물의 표면장력(表面張力) 현상을 빌려 인간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주며, 죽비를 치고 있다. ‘나 살려고’ 남을 밀어내지 말라. 우리 사회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