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경제 호황을 맞은 미국의 소비는 급증했다. 중산층은 집을 사고 차를 사며 근교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했다. 그러한 생활 패턴에서 집과 직장 말고 남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원, 술집, 쇼핑센터 같은 장소가 필요했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주장했던 ‘제3의 공간’이다. 이런 요구와 효율적 쇼핑을 위해서 넓은 땅을 이용한 몰(mall)이 탄생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자본주의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미국의 쇼핑몰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자 빅터 그루엔이 고안했다. 1950년대 말 몰이 하루 평균 3곳 개장하면서 1960년 미국에는 이미 4500곳이 생겼다. 1970년대에는 미국 전체 소매의 33%가 몰에서 이뤄졌다.

이렇게 잘나가던 쇼핑몰에 변화가 생겼다. 1990년대 초대형 쇼핑몰이 생기면서 기존 몰들이 경쟁력을 잃었고, 2000년대에는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방식이 바뀌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한편 많은 미국인은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면서 도시의 열린 공간에서 작은 상점들로 구성된 아기자기한 길거리 환경을 경험하고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밀집된 실내 공간에서 돌아다니는 ‘몰링(malling)’을 지겨워하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미국에서 300여 쇼핑몰이 사라졌고, 앞으로도 더 많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미 허물어진 곳도, 폐업으로 비어있는 곳도 많다.

근래에 기존 쇼핑몰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디트로이트의 한 쇼핑몰은 자동차 회사 ‘포드’의 오피스로, 테네시의 어느 몰은 의료 센터로 개조되었다. 많은 다른 몰도 아파트나 의료 시설, 체육 시설로, 심지어는 교회나 납골당으로 변신하고 있다. 쇼핑몰에는 상점뿐 아니라 자연광이 비치는 중정, 분수, 갤러리, 정원, 놀이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루스벨트필드 몰.

‘작은 빌리지’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축적으로 구축된 힘이 남아 있으므로 아이디어가 좋다면 장소를 살릴 수 있다. 어떤 스토리로 어떤 스타일을 담는가가 재생의 열쇠다. 쇼핑몰이 납골당으로 변하는 운명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비전과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