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달리면 30분 정도 거리인 지바(千葉)시 중앙역.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주택가 한복판에 3층짜리 단아한 건물이 놓여 있다. 말기 암 환자를 케어하는 민간형 요양시설 이신칸(醫心管)이다. 1인실 50개 방마다 암 환자들이 자기가 원래 입던 옷과 담요를 쓰며 지낸다. 간편한 근무복 복장의 간호사들이 돌아다니며 주사도 놓고, 처치도 한다. 여기에 근무하는 의사는 없다. 각기 환자들이 선택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연립주택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김모(84) 할머니는 걸어서 5분 거리의 의원을 못 간다. 7년 전 골다공증으로 척추뼈 여러 개가 골절되어 허리가 앞으로 고부라졌다. 척추를 일으켜 세우는 수술을 받았으나, 제대로 걷지 못한다. 계단을 오를 수 없어 혼자서는 바깥 출입을 못 한다. 심장 관상동맥질환으로 스텐트를 넣었고, 당뇨병 약도 먹고 있다. 김 할머니의 질병과 건강이 제대로 관리되려면 의료진이 집으로 와줘야...

지난 5일 일요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에 있는 우리아이들병원 소아과 외래. 아기를 둘러업은 엄마 아빠로 20여 평 대기실이 꽉 찼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진료에 몰려온 환자들로, 2시간 만에 진료 대기 번호가 300번을 넘겼다. 앉을 자리가 없어 엄마 아빠 절반이 아기를 가슴에 안고 어르며 서 있다. 문을 연 4개 진료실마다 보호자 한 명이 아기를 붙잡아 앉아 있고, 간호진 두 명이 아기에 달라붙은 채 진찰을 하고 있다....

50대 후반 여성 최모씨는 최근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1~2분 내 최고조에 이르는 강렬한 통증이었다. 팔다리는 잘 움직였다. 최씨는 119에 전화했다. 15분 후 구급대원이 왔을 때, 두통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앞머리만 무거운 정도였다. 이에 최씨는 당장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앰뷸런스를 돌려보냈다. 병원 외래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시간 후 극심한 두통이 재발했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실려간 ...

초고령사회 일본은 근육과 전쟁 중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열 명 중 셋(29.1%·2021년 기준)인 상황에서 구청 문화센터나 노인보건센터 등 어디 가나 근육 단련 프로그램이 성황이다. 근육 잔고, 근육 저금 등 새로운 용어도 흔히 쓰인다. 고령자가 누워 지내면 의료비, 간병비 등으로 한달 평균 500만원을 쓴다. 75세 이상 고령자가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1641만명인 일본. 이들 중 상당수가 ...

20대 A씨는 생후 5개월 무렵부터 저시력증 진단을 받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시력 저하로 나중에 안경을 써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았다. 시야까지 점점 좁아져 눈앞의 사물을 간신히 구별하는 정도가 됐다. 극심한 야맹증까지 오면서 저녁 이후에는 외출이 불가능했다. A씨는 최근 유전자 검사 덕에 대학 병원 안과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성 망막 질환’인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로 판정받았다. 이 진단으로 A씨는 실명 단계에...

최근 서울 강남구 아파트서 30대 남성이 저녁 7시경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약물 과다 복용이 의심되어 신속한 응급 조치가 필요했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인근 응급센터를 수소문 했으나, 모두 중증 환자를 처치할 여력이 없다는 응답이 왔다. 결국 환자는 밤 10시가 돼서야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처치가 지연되면서 환자는 뇌손상을 입었다. ◇병원 찾아 헤매는 응급환자 급성 심근경색증이나 부정맥으로 심장 박동이 ...

심장병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가방에서 종이 한 뭉치를 꺼내 의사에게 내려놓는다. 스마트폰으로 측정한 자신의 심전도 데이터를 출력하여 가지고 온 것이다. 심전도 기록이 빼곡하다.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심전도를 찍었으니, 자신에게 부정맥은 없는지 해석해 달라는 요구다. 최근 대학병원 심장내과 진료실 풍경이다. ◇의료 규제 풀었더니 심장병 진단 기여 요즘 스마트폰으로 심전도를 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부...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 병동에는 야간에 내과 의사가 없는 날이 많다. 통상 내과 전공의가 돌아가면서 병동 당직을 서지만, 의사가 부족하다. 여성 전공의 한 명은 출산 휴가 중이다. 병실 입원 환자를 돌보는 입원 전담 의사도 부족하여, 낮에만 근무한다. 교수들이 야간 온 콜(on-call) 당직을 서며 처치를 내리지만, 응급 상황에 취약한 상태다. 명색이 대학병원인데, 야간에는 무의촌이 된다. 흔들리는 ‘내·외·산·소' 필수의...

전남 여수·순천 지역 아기 엄마들이 즐겨 찾던 소아 전문 F아동병원. 이 지역서 가장 큰 아동병원으로, 외래환자가 하루 500명에 이르렀다. 소아과 의사 7명이 근무해 감염·발육·성장 등 분야별 전문 진료를 제공했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소아 환자 특성상 입원하면 아기와 엄마·아빠 등 보호자가 같이 지내야 하기에, 병원은 일반 침대보다 가격이 2배 비싼 특수 제작 대형 침대를 놓았고, 바닥은 온돌을 깔았다. 보호자들이 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