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11.07. 03:00

요즘 식당에 앉으면 제일 먼저 테이블에 놓인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다. 유리판으로 만들어진 키오스크 화면에는 친절한 표정도 없고 따뜻한 대화도 없다. 사용법도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하다. 불편하다. 이렇게 키오스크 터치스크린 때문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덕분에 키오스크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을 듯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한 종류인 ‘...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10.04. 03:00

스위스를 여행할 때 꼭 둘러봐야 하는 장소로 중부 알프스 기슭에 위치한 ‘루체른’이라는 도시가 있다. 눈 쌓인 알프스 산맥의 산기슭에 위치하며, 시내에는 로이스강이 흐르고, 도시 가운데에는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만들어진 푸르른 호수가 있다. 그 호수를 지긋이 아래로 바라보는 언덕 바위 벽에 ‘빈사(瀕死)의 사자상(獅子像)’이 조각되어 있다. 이 조각상은 1792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의 왕궁을 끝까지 지키며 혁명군과...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9.06. 03:00
일러스트=김하경·Midjourney

최근 우리 사회에 예측하기 어려운 강력 범죄가 빈번히 발생해 많은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편리하게 이용해 오던 지하철도, 운동 삼아 산책하던 등산로도 이제는 불안하다. 이럴 때 이러한 강력 범죄를 인공지능으로 예측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오래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가 생각이 났다. 2002년에 개봉된 범죄 예방을 주제로 하는 공상과학 영화로, 스티븐...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8.02. 03:00
그래픽=양진경·midjourney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를 본 극장이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극장’이었다. 그 당시 동시 상영 극장으로 화면은 으스스하게 어둡고 비가 내렸다. 세월이 한참 흘러 VHS와 DVD 시대를 지나 이제는 넷플릭스로 영화를 본다. 미래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영화를 보게 될 전망이다. 영화 대본 작성과 편집 작업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것이다. 등장 배우도 가상 디지털 인간이 대신할 것이다. 인공지능 영화에 등장하는 ...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7.05. 03:00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수학 수식을 전개하고 증명할 때에는 꼭 스프링 노트의 빈 종이에 쓰기를 좋아했다. 필기도구로는 반드시 샤프 연필을 썼다. 지우개로 지우고 나서 깨끗이 고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방 속에는 항상 책받침과 지우개가 필수로 있었다. 반면 중학교 들어가면서 영어를 배웠는데, 그때 글씨체 연습은 만년필을 사용했다. 잉크병을 잘못 닫거나 만년필이 망가지면 가방 속과 책들이 파란 잉크로 물이 들곤 했다. ...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6.07. 03:00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저녁 식사 시간에 즐겨 보던 가족 드라마로 ‘패밀리 타이(Family Tie)’가 있었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만든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 주인공이 바로 유쾌한 청춘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였다. 이후에 그는 영화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로 세계적 청춘 스타가 되었다. 그 영화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걸작이다. 영화에선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언(DeL...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5.03. 03:00

비틀스 음악 중에 가장 즐겨 듣던 노래로 ‘Yesterday’가 있다. ‘Yesterday’는 1965년 발표된 비틀스의 가장 대표적인 노래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직접 쓴 자작곡이다. 노래와 기타 연주도 모두 혼자 맡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곡으로 무려 700만번 이상 연주되었다. 잔잔한 멜로디 음악에 가사에서는 떠나간 연인과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어쩌면 14살에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했을 수...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3.15. 03:00

미국 과학자 폰 노이만은 ‘컴퓨터 구조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대표적인 천재 과학자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프로세서, 메모리,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범용 컴퓨터 구조 확립’에 있다.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로 불리는 컴퓨터 구조에서는 반도체 프로세서와 반도체 메모리가 물리적, 공간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다. 보통 CPU와 GPU라고 하는 프로세서는 계산을...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2.15. 03:00

1980년대 초 기나긴 대학 휴교(休校) 기간이 끝나고 처음으로 배운 컴퓨터 언어가 ‘포트란(Fortran)’이었다. 포트란은 IBM이 개발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로 주로 과학 계산용으로 쓴다. 그러고 40여 년이 흘러간 요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에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파이선(Python)’이다. 이러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소통과 번역 수단이다.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2...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3.01.11. 03:00
/그래픽=양진경

1970년대 말 고등학교 이과반 ‘수학II’ 수업에서 초월함수(Transcendental Function)라고 불리는 삼각함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에 대해서 배웠다. 초월함수는 함수의 근을 다항식으로 나타낼 수 없는 특수 함수들이다. 수업에서는 이들 함수의 정의, 원리와 의미를 배우고, 그래프로 표시할 수 있었으며, 응용 연습 문제로 미분을 통해서 최소값 혹은 최대값을 구하고, 적분을 이용해서 면적과 체적도 구했다. 청계천 고...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2.12.07. 03:00

1970년대 초 초등학교 시절 고려대학교 건너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홍파초등학교를 다녔다. 2학년 때 홍천에서 전학 와서 제일 먼저 놀란 것은 엄청난 학생 수였다. 그때 학생이 한 반에 80명 가까이 있었고, 한 학년에는 15반까지 있었다. 콩나물 교실이라 불렀다. 월요 조회 시간에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다 모였는데, 그 수가 무려 7000명이 넘었다. 운동장에 빽빽하게 모인 학생 수는 정말 ‘큰 숫자’였다. 그때 학교 앞을...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2.10.24. 03:00

1970년대 소년 시절에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화계초등학교 바로 옆 작은 집에서 살았다. 학교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봄에는 진달래가 듬뿍 피어오르고, 화랑 군부대가 가까이 있고, 주변으로 흐르는 홍천강은 무릎까지 차 올랐다. 그 시절 방학이면 강원여객 버스를 타고 북한강을 따라 놓인 경춘국도를 달려 서울로 가족을 만나러 갔다. 그 시절 경춘국도는 홍천을 떠나는 가슴 먹먹한 섭섭함과 서울로 향하는 마음 떨림이 교차하는 추억의 길...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2.09.07. 03:00

2002년에 개봉된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일생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영화에서 존 내시는 1947년 프린스턴대학교에 시험도 보지 않고 장학생으로 입학한 천재 수학자로 나온다. 그는 정규 수업에도 잘 참석하지 않고 혼자 독창적인 사고와 몰입으로 게임이론에 관한 새로운 연구를 추구한다. 주로 창문 유리창과 칠판에 수식을 풀어간다. 이후 MIT 교수로 승승장구하던...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2.08.03. 03:00
/그래픽=양인성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서 트랜지스터(transistor)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반도체 소자의 기본 구조는 트랜지스터다. 전류를 연결하거나 끊는 디지털 스위치 역할을 한다. 반도체 칩 하나에 트랜지스터가 최대 100억개 들어있다.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면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그래서 원자 수준에 가까운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까지 줄이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2.06.27. 03:00
그래픽=백형선

인쇄(印刷)는 잉크를 사용해 글이나 그림을 종이에 찍어내는 과정이다. 인쇄를 통해 인류의 문화가 책이라는 형태로 완성됐다. 구텐베르크는 1455년에 ‘구텐베르크 성서’로 불리는 최초의 라틴어 성서를 인쇄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 덕분에 책이 일반 시민에게 대중화될 수 있었고, 활자화된 지식은 유럽 전역으로 전파됐다.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인류의 문화와 지식은 실리콘 기판 위에 인쇄된다. 실리콘 반도체 위탁 생산을 도...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22.05.30. 03:00
LG가 지난 2월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 세계 최초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아티스트인 '틸다(Tilda)'를 공개했다. 틸다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으로 구현한 첫 번째 AI 휴먼이다./뉴스1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은 인간의 마음을 자연 진화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바람에 갈대같이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도 자연 진화의 산물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주어진 자연환경 조건에서 인간의 생존과 번식이 최대화되도록 자연선택의 결과로 인간의 마음도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공간 지각 능력, 음식 가리기, 좋은 짝 고르기, 상대방 마음 읽기, 동맹 만들기 등을 인간 생존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