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날맨날 착하기 싫어 장아영 지음·그림 | 위즈덤하우스 | 40쪽 | 1만6000원 “참 착하구나.” 엄마가 그렇게 말한 날, 찬이 등에 날개가 돋기 시작했다. “양보도 잘하네, 참 얌전하구나”. 칭찬받을 때마다 날개가 자꾸만 커졌다. “형이 이렇게 의젓하니 동생도 보고 배우지” “얼마나 듬직한지 몰라”…. 찬이도 동생처럼 엄마 아빠 팔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싶다. 동생이 책을 읽어달라고 보채면 “내 책 먼저 읽겠다”고, 동생...

파란 대문을 열면 허은미 지음 | 한지선 그림 | 문학동네 | 52쪽 | 1만7500원 “하나, 둘, 셋….” 헤아리며 계단을 올랐다. “여섯, 일곱, 여덟….” 계단 숫자를 셀 때마다 파란 대문이 가까워졌다. “다녀왔습니다~!” 책가방부터 던져 놓고 쪼르르 다락방으로 뛰어올라가면, 작은 창 밖으로 온 동네가 내려다보였다. 아랫집 오빠는 마당에 놓인 빨간 고무 대야에 들어가 몸을 씻고, 큰길 구멍가게 앞에선 아이들이 이리저리 ...

고마워,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일레인 비커스 지음 | 서맨사 코터릴 그림 |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48쪽 | 1만4000원 아이는 첫눈을 기다리며 감사한 것들을 하나하나 색종이에 적어나갔다. 학교에서 가장 고마운 건 쉬는 시간에 함께 놀기 위해 기다려준 친구,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주시는 선생님. 감각으로 구분하는 감사한 것들의 목록들도 기발하다. 수프, 양말, 소파 위의 담요는 따뜻해서 고맙고, 보송보송 마른 ...

엄마의 비밀을 알고 있다 황적현 지음 | 강진희 그림 | 클레이키위 | 72쪽 | 1만5000원 “거실에서 축구 좀 하지 마. 핸드폰 좀 그만 보고. 숙제는 했니? 양파랑 당근도 좀 먹어야지. 강아지 똥은 언제 치울 거야? 제발, 말 좀 들어!” 진우네 집에는 독개구리가 산다. 독개구리는 맨날 맨날 혼만 낸다. “내 맘도 모르면서!” 한참 울다 지쳐 잠든 진우는 처음 보는 낡은 TV의 빛에 그만 눈이 떠졌다. 누군가 힘껏 잡아...

산타는 어떻게 굴뚝을 내려갈까? 맥 바넷 지음 | 존 클라센 그림 | 서남희 옮김 | 주니어RHK | 32쪽 | 1만7000원 이건 크리스마스의 풀리지 않는 최대 수수께끼다. 산타 할아버지는 어떻게 집으로 들어와 선물을 두고 가는 걸까? 굴뚝을 쏙 통과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맬까? 생쥐처럼 작게 변신하거나, 젤리처럼 흐물흐물 몸을 늘일까? 온통 검댕이 묻으면 지하실 세탁기로 빨아 입고 가실까? 강아지가 안 짖는 걸 보니 개랑 친하...

여우 오는 날 천옌링 지음·그림 | 박지민 옮김 | 리틀브레인 | 40쪽 | 1만6000원 “그릉 그릉, 그르릉!” 배는 눈처럼 하얗고 털은 단풍잎처럼 붉은 어린 여우가 홀로 선 나무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겁내지 마, 해치지 않아.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무의 말은 다정했지만 여우는 도리어 발톱으로 힘껏 나무 등걸을 할퀴고 가버리곤 했다. 여우는 몇 번 더 나무 앞을 지났다. 나무는 포기하지 않고 꿋꿋...

너에게 세상을 줄게 이은경 지음·그림 | 길벗어린이 | 44쪽 | 1만4000원 아기 염소에게 세상은 호기심 덩어리다. 너른 풀밭에 나오면 엄마 품 바깥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메뚜기는 폴짝폴짝, 병아리는 삐약삐약 제각각 바삐 움직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때로는 시간이 필요하지. 마음을 여는 속도는 다 다르거든.” 개미는 제 몸보다 큰 나뭇잎 따위를 이고 지고 줄...

나이젤과 꿈꾸는 달 앤트완 이디 지음 | 그레이시 장 그림 | 홍연미 옮김 | 열린어린이 | 40쪽 | 1만6000원 창 밖에 둥근 달이 뜨면 나이젤은 말하곤 했다. “안녕! 내 이름은 나이젤이야. 나는 우주비행사야. 발레리노이고, 수퍼히어로이기도 해.” 그렇게 달에게 꿈을 얘기하다 보면 몸은 고요한 별들 속으로 빙글빙글 돌며 날아올랐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건 달이 아니라 나이젤, 그리고 나이젤의 꿈들이었다. 다음 날은 도서...

마리나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그림 | 이명아 옮김 | 곰곰 | 38쪽 | 1만5000원 어느 날 바닷가에 나갔던 형과 내가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집으로 데려왔더니 부모님은 함께 지내도록 허락하며 방을 내줬다. 처음엔 입을 꾹 닫았던 아이. 우리 가족은 이 아이를 ‘마리나’라고 부르기로 했다. 일단 말문이 터지자, 마리나는 믿기 어려운 얘기를 쏟아낸다. “우리 엄마는 바다의 왕비고 아빠는 왕이야. 바닷속에는 공원이랑 ...

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 이윤희 그림 | 창비 | 48쪽 | 1만7000원 눈이 많이도 내리던 겨울이었다. 지하 주차장 앞을 지나던 소년에게 희미하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왕, 왕!” 어두운 구석, 버려진 종이상자 안에 작은 갈색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소년이 다가오자 강아지가 갑자기 또 “왕!” 짖었다. 깜짝 놀라 뛰어나간 소년. 그런데 저 멀리서 그 강아지가 뛰어 따라왔다. 소년은 제 목의 빨간 목도리를 풀어 강아지를...

마틴 스코세이지 : 레트로스펙티브 톰 숀 지음 | 김경진 옮김 | 그책 | 312쪽 | 4만8000원 “네가 회개할 곳은 교회가 아니야. 그건 거리에서, 집에서 하는 거지. 다른 데서 하는 회개는 다 엉터리야.” 영화 ‘비열한 거리’(1973) 도입부의 내레이션은 이 영화의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80) 본인의 목소리다. 예수의 인간적 고뇌와 마지막 환영(幻影)을 다뤄 보수 기독교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던 자신의 영화 ‘그리스도...

킨포크 아일랜드 존 번스 지음 | 송예슬 옮김 | 윌북 | 256쪽 | 3만3000원 스웨덴의 거장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은 발트해의 포뢰 섬을 “내밀하게 품고 상상해온 풍경, 나의 집”이라고 불렀다. 이 섬에서 그는 걸작 ‘페르소나’(1966)를 비롯, 영화 6편, TV시리즈 1편, 다큐멘터리 2편을 찍었다. 부연 안개가 깔린 바닷가엔 석회암 기둥이 전설 속 트롤처럼 구부정하게 서 있고, 헛간 영화관에선 베리만의 영화를 상영...

청각도우미견 솔이, 함께여서 좋아! 스즈키 반코 지음 | 유하나 옮김 | 곰세마리 | 32쪽 | 1만4000원 ‘뚜~ 뚜~ 뚜~’.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가진 하얀 개 솔이가 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먼저 안방의 엄마를 흔들어 깨운 뒤, 옆방으로 가 민준이에게도 아침 인사를 한다. 민준이네 식구는 다섯. 엄마, 아빠, 민준이와 아기 민지, 그리고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솔이’다. 식구들 중 귀가 들리는 건 솔이...

웨스 앤더슨 이안 네이선 지음 | 윤철희 옮김 | 윌북 | 192쪽 | 2만8000원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화 마술사의 비법 노트와 비밀 창고를 활짝 열어 보여주는 책. 앤더슨의 9번째 장편영화이자 1억7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첫 블록버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함부르크와 빈, 카를로비바리와 프라하의 근대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었고, 2차 대전 때 기적적으로 폭격을 피한 독일 작센의 소도시 괴를리츠의 아르데코...

내 노란 신발 재희 지음·그림 | 그린북 | 40쪽 | 1만5000원 “아빠, 아빠! 내 노란 신발, 한 짝이 어디로 갔지?”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계곡에 놀러 와 튜브를 타던 아이가 말한다. 정신없이 신나게 노는 동안, 아이가 좋아하는 노란 신발 한 짝이 사라졌다.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고, 까르륵 까르륵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아이는 문득문득 그 노란 신발을 생각한다. 상상 속에서 아이의 노란 신발은 여행을 떠났다....

분홍 귀고리 세라핀 므뉘 지음 | 실비 세르프리 그림 | 양혜진 옮김 | 산하 | 96쪽 | 1만6500원 “이야! 귀고리 진짜 예쁘다!” 마을에서 제일 예쁜 중학생 여자아이 아나이스가 말했다. “그 귀고리 나 좀 빌려줄래?” 친절한 사람들, 유쾌한 친구들, 언제나처럼 아름다웠던 가을. 하지만 아나이스의 귀에서 그 예쁜 분홍 귀고리가 찰랑거리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돌이킬 수 없이. 다음날부터 마을 여자아이들이 비슷...

하늘 호수 신혜진 지음·그림 | 반달 | 44쪽 | 1만7000원 하늘과 호수의 경계에 숲이 있다. 거기 나무들이 없었다면 하늘이 호수로, 호수가 하늘로 흐르는 줄 알았을 것이다. 서로를 비추는 하늘 아래 물 위로 아빠와 소녀, 복슬복슬 개 한 마리가 탄 조각배가 미끄러져 나아간다. 소녀와 개는 물 밑을 들여다본다.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저곳은 물속일까 아니면 하늘일까. 평화롭고 고요하다. 소녀가 거울 같은 수면 위로 찰박찰박 ...

조용희 청소기 김보라 지음·그림 | 창비 | 46쪽 | 1만5000원 얼마나 쉬고 싶었을까. 눈뜨면 학교, 수업 끝나면 피아노, 태권도, 밀린 숙제, 겨우 잠들면 또 학교…. 고단한 한 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을 맞은 8살 초등학생 조용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문 밖으로 달려 나가는 중이다. “용희야, 축구 하고 가자!” “학원 알아보고 가세요!” 같이 놀다 가자는 친구들이나 학원 어른들 얘기도 다 못 들은 척, 용희는 달린다....

여름빛 문지나 지음·그림 | 사계절 | 48쪽 | 1만6000원 아침 햇빛이 눈부시다. 바람이 기분좋게 살랑인다. 양 갈래로 곱게 머리를 땋은 아이는 한 치수 더 커진 발에 맞춰 새로 산 빨간 운동화를 신는다. 돌돌이 여행 가방을 끌며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마침 집 앞을 지나던 트럭엔 잘 익은 수박이 한가득. 아빠는 수박 몇 통을 사서 차 트렁크에 싣고, 맛보기로 건네받은 시원한 수박 조각에선 빨간 달콤함...

완벽한 단점 후안 아리호나 지음 | 크리스티안 이나라하 그림 | 초록햇비 옮김 | 노랑꼬리별 | 32쪽 | 1만3000원 하지 말라는 것투성이다. 안 된다는 것도 많다. 어른은 대체 왜 그럴까. 재미있게 놀다 보면 신발이 벗겨질 수도 있는 건데, 아빠는 무서운 얼굴로 묻는다. “네 신발은 대체 어디 있는 거니?” 아이는 속으로 말한다. ‘글쎄요. 신발도 나처럼 하고 싶은 게 많은가 보죠.’ 엄마는 목욕탕에 너무 오래 들어가 있...

나의 우주를 보여 줄게 아나 타우베 지음 | 나타샤 베르거 그림 | 유영미 옮김 | 뜨인돌어린이 | 52쪽 | 1만5000원 우주의 아이 ‘미라’는 혼자 있는 게 좋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느라 심심할 틈도 없다.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 찾아와 주길 바라며 우주로 신호를 보낸다. “안녕?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미라’의 신호를 받은 우주의 아이는 ‘팀’. 팀은 늘 같은 궤도를 도는 태양계 행성들처럼 자신만의...

여름, 제비 구윤미·김민우 지음·그림 | 노란상상 | 48쪽 | 1만4000원 투두둑 투두둑 지붕 위로 장대비가 쏟아진다. 친구도 없고 놀 것도 마땅찮은 시골 할머니집, 방 안에서 혼자 뒹굴던 아이는 제비 지저귀는 시끄러운 소리에 밖을 내다본다. 하필 비오는 날, 새끼 제비들의 첫 비행 연습이 시작됐다. 처마 밑 둥지를 벗어난 새끼 제비들이 마당 한가운데 빨랫줄에 앉은 어미를 향해 날아오른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네 마리...

벼룻물 이진희 지음·그림 | 고래뱃속 | 32쪽 | 1만5000원 방 안에 묵향(墨香)이 가득 스며 있었다. ‘아버지가 밤새 그림을 그리셨나 보다.’ 딸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버지와 함께 초겨울 새벽 산길을 오른다. 벼루에 먹을 갈 샘물을 뜨러 가는 길, 차가운 바람이 청량하다. 하얀 구름이 산과 계곡을 쓰다듬으며 타고 넘는다. 푸드득 소리에 고개를 드니 그 구름들 사이로 학이 날갯짓한다. 해 뜨기 전 깊은 산속, 옹달샘은 산...

별빛 텐트 랜디스 블레어 지음·그림 | 신수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40쪽 | 1만7000원 창밖 하늘엔 달과 별들이 한가득. 그 밑 침대 위에 인형을 줄줄이 앉혀 놓고 누웠는데도, 오늘 아이는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천장의 무늬와 조각보 이불, 침대 밑과 닫힌 옷장 속 어둠까지, 무슨 미지의 괴물처럼 스멀스멀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것 같다. 슬그머니 이불을 들추고 속을 들여다 봤더니, 이게 무슨 일! 거대한 텐트 안 같...

제자리를 찾습니다 막스 뒤코스 지음·그림 | 이세진 옮김 | 국민서관 | 48쪽 | 1만4000원 “아이고, 그렇게 마음이 쓰이면 가져가시든가!” 땅주인이 킬킬대며 말했다. 오래 정성들여 가꿔온 연못이라는 할아버지의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땅주인은 “주차장을 만들 테니 내일 당장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연못은 하나의 세계였다. 개구리와 올챙이들이 헤엄치고 나비와 잠자리가 날았다. 물 위엔 연꽃이, ...

미안해 또 미안해 이자벨라 팔리아 지음 |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 이정자 옮김 | 이야기공간 | 64쪽 | 1만7800원 몽실몽실한 고양이들이 발이며 꼬리에 털실 뭉치를 휘감은 채 장난치며 뒹군다. 책장에 손을 가져다 대면 부드럽고 따뜻한 몸이 만져질 것 같다. “삶은 실줄로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의 관계도 이 실줄로 묶여 있지요. 하지만 꼭 붙잡고 있지 않으면 금세 사르르 풀려 버릴 거예요.” 줄을 놓치자 노란 풍선과 연...

올빼미 기사 크리스토퍼 데니스 지음·그림 |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48쪽 | 1만5000원 냄비 투구와 쟁반 갑옷 차림으로 기사 놀이를 할 때면, 어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올빼미를 바라봤다. 알을 깨고 나올 때부터 올빼미의 꿈은 단 하나, 용감하고 지혜롭고 친구도 많은 기사가 되는 것. 낮엔 쿨쿨 자야 하고 체격도 턱없이 작은 올빼미의 꿈이 기사라니. 하지만 기회는 왔다. 밤마다 기사들이 하나둘씩 실종되자 기사 학교 ...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 앤서니 브라운 지음·그림 |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32쪽 | 1만4000원 그런 날이 있다. 기분은 가라앉고, 뭘 봐도 흥이 안 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 그런 날. 대니는 울적하고 심심했다. 엄마는 바쁘고, 마이크 형은 놀아주지 않고 친구들과 나가 버렸다. “스크러피 데리고 바닷가 산책이라도 다녀오렴.” 엄마 말에도 심통이 난다. “또요? 재미없어요. 맨날 똑같다고요.” 엄마가 말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빅터 D.O. 산토스 지음 | 안나 포를라티 그림 | 김서정 옮김 | 한빛에듀 | 48쪽 | 1만5000원 유인원처럼 피부가 검은, 아마도 수백만 년 전의 옛사람 두 명이 모닥불 앞에 마주 앉았다. 멀리 코끼리 떼가 지나고, 바위엔 거칠게 긁어 그린 코끼리 그림이 있다. 한 사람은 양손을 펴 귀에 대고 커다란 귀를 흉내 내고, 한 사람은 손바닥 위에 걷는 모양을 만들어 보인다. 이 둘이 입 밖으로 ...

세상 모든 밤에 세실 엘마 로제 지음 | 파니 뒤카세 그림 | 김지희 옮김 | 오후의 소묘 | 38쪽 | 1만8000원 어둠에 잠긴 밤 풍경, 여기저기 빛나는 도시의 불빛 속엔 무엇이 있을까. 소녀의 침실로 심상찮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이름은 ‘파타무아’, 고양이 중의 고양이. 둘은 밤의 도시 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물방울 무늬 생쥐, 짙은 푸른 빛의 커다란 개, 줄무늬 비둘기와 장화 신은 여우 같은 새로운 친구들이 ...

공룡 아빠 김완진 그림·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48쪽 | 1만5000원 아빠는 늘 피곤한가 보다. 일요일 오후 TV 보는 아이 곁에서 졸던 아빠는 엄마표 잔소리를 한바탕 듣고야 부스스 일어난다. “아들, 아빠랑 뒷산 갈까?” 아이는 마냥 신난다. “아빠, 산에 공룡 알도 있어?” 후다닥 뛰는 아이와 느릿느릿 걷는 아빠가 함께 뒷산에 오른다. 아이는 힘세고 커다란 공룡이 제일 좋다. 뒷산 숲길은 아이가 꿈꾸는 공룡들로 가득 ...

나무를 자르기 전에 아리안나 파피니 지음·그림 | 김현주 옮김 | 봄나무 | 36쪽 | 1만4000원 꽃 피는 것을 보고 봄이 온 줄 알았다. 아침저녁 바람이 아직 차가울 때 매화 꽃망울이 먼저 고개를 내밀더니, 어느새 눈 닿는 곳마다 벚꽃이 활짝 피었다. 곧 여름이면 무성한 푸른 잎들 사이로 더운 햇빛이 반짝이고, 가을이면 단풍과 은행, 손바닥보다 크게 자란 플라타너스잎들이 거리를 덮고 바작바작 소리를 낼 것이다. 실은 모든...

호 해주세요 제페토 지음·그림 | 다정한마음 | 48쪽 | 1만4000원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산동네. 할머니는 그 꼭대기 옥탑방에 산다. 이날은 금세 소나기라도 쏟아질 듯 잔뜩 흐렸다. 빨래를 걷어두려 나간 할머니를 향해 장독대 위 낯선 고양이가 ‘야옹야옹’ 운다. “배고픈 모양이네. 얼른 걷어놓고 먹을 걸 좀 주마.” 밥 줄 생각에 마음 급했던 할머니, 그만 돌부리에 차여 넘어지고 만다. 그때 고양이가 사뿐사뿐 ...

소원들 므언 티 반 지음 | 빅토 가이 그림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32쪽 | 1만6000원 깊은 밤이었다. 어른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가방에 음식과 물을 차곡차곡 담았다. 어린 동생들은 잠이 덜 깬 눈으로 엄마가 입혀 주는 옷을 껴 입었다. 기르던 개를 꼭 껴안은 채 소녀는 소원을 빌었다. 저 가방이 더 깊어져 더 많은 음식이 담기기를. 밤은 더 고요하고, 먼 길은 더 짧아지기를. 이 많은 사람들이 숨죽인 채 오르는...

우주로 나가 지구를 돌아본다면 올리버 제퍼스 지음·그림 |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64쪽 | 1만5000원 아빠와 두 아이가 함께 집을 나선다. 막 도시를 벗어나는데 뒷좌석 아이들이 다툰다. “내 자리야!” “아니, 내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웃으며 말한다. “이제 잠시 멀리 돌아가서 우리 자신을 좀 볼까?” 차가 달을 향해 날아오른다. 돌아보니 지구는 차로 가는데 걸린 시간 만큼 시간을 거슬러 옛 모습을...

달 내리는 밤 정유진 지음·그림 | 고래뱃속 | 44쪽 | 1만8000원 달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보름달이 둥글게 차오른 밤, 토끼가 먼저 마음을 냈다. “금세 닿을 것 같아. 조금만 더 높이 손을 뻗을 수 있다면.” 거북이가 다가와 키를 보탰다. 하마가, 악어가, 고릴라와 표범이, 보랏빛 작은 새가 함께 탑을 쌓았다. 코끼리와 기린, 이름 모를 수많은 동물도 모여들었다. ‘으쌰! 으쌰!’ 산속 동물들의 마음까지 황금색 달...

시작의 이름 셸리 무어 토머스 지음 | 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 | 이상희 옮김 | 소원나무 | 40쪽 | 1만6000원 모든 시작에는 끝이 기다린다. 거꾸로 보면, 모든 끝은 시작을 품고 있다. 씨앗은 땅에 떨어져 썩은 뒤에야 화려하게 꽃 피울 싹을 틔운다. 달걀이 깨져야 병아리는 깨어나고, 애벌레는 고치를 찢은 뒤에야 나비가 돼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아이는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끝과 시작을 만나게 될까. 얼마나 많은 길 ...

여우 목도리 유지우 지음·그림 | 봄볕 | 64쪽 | 1만8000원 소녀는 숲속에서 혼자 떨고 있던 아기 여우를 발견했다. 아무리 지켜봐도 엄마 아빠 여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대로 버려둘 수는 없었다. 여우를 꼭 안고 집에 데려왔다. 아기 여우는 조금씩 건강해졌다. 하지만 늘 바깥 세상을 그리워했다. 소녀는 여우를 목도리인 척 목에 두르고 나가 봤다. 사람들이 저마다 죽은 여우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걷는 바깥 세상은 공포 ...

동갑 길상효 지음 | 조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48쪽 | 1만5000원 아이와 강아지는 늘 함께였다. 한 살일 땐 강아지도 아이도 꼬물꼬물 어린 아가. 둘 다 칭얼대며 놀 때보다 곤히 잠든 시간이 더 길었다. 두 살이 된 강아지는 제법 다리 힘이 생겨 폴짝폴짝 뛴다. 아이는 그 옆에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뗐다. 세 살이면 이미 어엿한 어른 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 곁에서 장난을 걸었다. 해변에서 함께 뛰놀던 네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