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70대 남성을 속여 700만원을 가로채던 A씨를 경찰이 현장에서 붙잡았다. A씨는 지난 3일에도 2800만원 상당의 현금을 해당 피해자에게서 가로챘다. 국가기관을 사칭한 A씨에게 두번 이상 같은 피해를 당한 것이다.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 피해자와 직접 연락하며 돈을 가로채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대구지방경찰청은 17일 9월 2주간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의자 18명을 체포하고 그중 1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7명은 여죄를 수사 중이다. 대구경찰청이 지난 1일부터 관내 강력계 형사 500여명을 투입해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다. 이들 18명은 대구를 넘어 부산, 경남 등 전국을 돌면서 72건에 달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1건당 평균 20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추정 피해액만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선 단속 활동만큼 시민들이 최신 보이스피싱 수법을 숙지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돈을 가로채는 보이스피싱범을 체포했음에도 오히려 범인을 두둔하면서 “내가 대출이 필요하다는데 왜 개인사에 간섭하느냐”며 항의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일선 경찰들은 통화한 뒤 직접 만나서 돈을 건넨 상대가 범죄자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대면편취형 범죄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러스트=정다운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저금리 대출 가능’ ‘낮은 신용등급자도 대출 가능’ 등 허위 문자메시지에 응답할 경우 시작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장기화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최근에는 물품 결제나 택배·우편물 반송 등을 언급하는 등 수법이 확장되고 있다.

해당 문자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URL) 선택이나 원격제어 앱 설치를 요구할 경우, 대부분 보이스피싱에 해당된다. 해당 앱이 설치되는 순간 112로 건 전화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자 측에서 통화를 가로채 경찰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방식이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과거 유행했던 대포통장을 이용한 계좌이체형 범죄에서 변화한 수법이다. 대포통장을 통한 단속이 심해지자 추적이 어려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현장에서 현금을 걷는 수거책들은 대부분 범죄 조직에서 게시한 ‘대부업체 채권추심’ 등으로 위장한 건당 10만~40만원의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다. 수거책들이 체포되는 순간 범죄를 지시한 상부 조직은 메시지를 전부 삭제하고 잠적해 추적이 어렵다.

/대구지방경찰청

대구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말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 667건, 피해액만 141억원이다. 경찰은 조만간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를 위해 국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할 방침이다. 강력계 형사들은 지능범죄수사팀과 함께 국내 현장에서 집중 단속을 이어간다.

이재욱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정부기관, 금융기관 등 공식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시민 여러분은 기관이 돈을 요구할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