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월림1리. 주민들이 토사가 덮친 밭을 바라보고 있다./제천 월림1리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 김태옥(55)씨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3만3000여 ㎡(1만평)의 오이밭 중 2만300여㎡(7000평)가 토사에 묻히고 오이가 물에 쓸려 갔다. 김씨는 “산에서 빗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들더니 오이밭 주변으로 큰 개울을 만들었다”라며 “마을 주민들은 이 원인이 산림 당국이 설치한 임도와 배수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림 1리에는 50가구 11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이 마을 주민 80∼90%가 오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김씨 오이밭뿐만 아니라 마을 오이밭 절반 이상이 이번 집중호우로 물이 차거나 토사가 덮어 수확할 수 없게 됐다. 또 들깨, 콩 등 다른 작물 피해도 입었다. 이 마을 피해 농경지만 7만여 ㎡(2만여평)에 이른다. 또 토사가 덮치면서 주택 2채도 부서졌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이번 수해는 산림청이 만든 2개의 임도 때문에 발생한 ‘예견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70년 가까이 이곳에 살면서 큰 물난리가 서너번 있었는데도 마을에 피해 한번 없었다”며 “임도가 생기고 나서 처음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 월림1리 수해 현장. 제천 월림1리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산림 당국은 지난 2011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계향산에 6.6㎞ 길이의 임도를 조성했다. 산불관리와 숲 가꾸기 등을 위해서다. 임도를 건설하면서 ‘도로유실’과 ‘호우’에 대비해 배수관도 함께 묻었다. 배수관은 자연지류를 고려해 설치했다고 한다. 대략 60여개 정도다.

주민들은 임도와 함께 설치된 배수관이 큰물을 모으는 시발점이 됐고, 벌목된 나무가 배수로를 막으면서 물 폭탄이 만들어져 마을 절반을 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주민 이수근(69)씨는 “임도 설치 이전에는 산에서 흐른 빗물이 나무뿌리와 토양에 흡수되기도 하면서 마을로 내려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며 “임도 건설 후에는 배수로를 따라 빗물이 20분도 안 돼 마을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쏟아져 내리니 자연이 견딜 수가 없는 것이고 배수관까지 막히면서 그대로 재해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천시 월림1리 수해 현장 모습/제천 월림1리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이번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산림 당국의 부실한 대응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 임도로 인한 수해가 예견돼 제천시에 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시는 7월 27일 단양국유림관리소에 협조공문도 보냈다. 하지만 산림 당국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결국 이 사달이 났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주민 박종희(66)씨는 “임도를 건설하면서 나무를 많이 베었는데, 토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토사유출이 걱정될 정도였다”면서 “이런 상황이 예견돼 시와 단양국유림관리소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결국 큰 비가 내려 마을이 쑥대밭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임도 설치와 관리 부실로 피해를 키운 산림 당국에 시설 복구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제천시 월림1리 수해 복구 모습/제천 월림1리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이에 반해 산림 당국은 이번 피해가 임도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림당국은 피해복구를 위해 주변 조사를 진행했는데 임도가 설치된 위치보다 한참 위인 계곡에서 산사태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또 임도와 관계없는 금성면 일대 산과 계곡 여러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점에도 주목했다.

단양 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금성면 장석산에 설치한 산악 기상관측망 자료를 보면 해당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일 오전 3시부터 7시까지 280㎜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며 “임도와 배수관 때문이라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워낙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원인을 떠나 마을이 국유림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배수체계를 진단하는 등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며 “주민들과 협의해 피해시설 복구에도 최대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