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아이를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 A(여·41)씨. /뉴시스

여행 가방에 9세 아이를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재판에서 살인죄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계모의 혐의를 법원이 인정 할 수 있었던 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아이들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16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재판장 채대원)에서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A(여·41)씨의 선고 공판이 열렸다. 재판장인 채대원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면서 40분간 A씨의 범죄사실과 양형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A씨는 지난 6월 1일 천안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거남의 아들인 B(9)군을 여행가방에 7시간 넘게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A씨가 인정하지 않는 범죄 사실에 대해 A씨 친자녀들의 진술을 토대로 반박했다. 채 판사는 “A씨는 B군이 갇혀 있는 가방 위에 올라가 뛴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면서 “범행을 목격한 (A씨) 친자녀들의 진술과 그림을 종합하면 A씨가 가방 중앙에 올라가 밟거나 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계모 A씨가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

사건 당시 현장에는 A씨와 친자녀 2명 뿐이어서 목격자 진술이 재판부 판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채 판사는 또 “자녀들은 (가방 안에 있는) B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A씨에게 알렸다”면서 “아이들이 B군이 위험해 처했다고 판단해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고했다.

A씨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도 지인과 40분간 통화했고, 이후 가방에서 아이를 꺼내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119에 신고했다. 지난 6월 1일 낮 12시쯤부터 가방에 갇혀 있던 B군은 오후 7시25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후인 3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A씨는 B군이 있는 여행 가방에 헤어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은 사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A씨는 “가방 밖으로 나온 B군의 팔에 바람을 쐬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서 채 판사는 “아이들의 진술과 그림을 보면 (A씨가) 여행가방 지퍼를 열고 헤어드라이어로 30초간 바람을 불어 넣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김석모 기자

한참 동안 양형 이유를 설명하던 재판장은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채 판사는 “유족과 학교 선생님,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B군은) 경찰관이 꿈인 밝은 아이…”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채 판사는 “마지막 숨을 내뱉으면서도 B군은 A씨를 향해 엄마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A씨는 법원 판결을 앞두고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채 판사는 “'(B군이) 나쁜 행동을 할 때마다 달래고 체벌해 봤지만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은 B군의 기를 꺾기위한 기싸움이었다’고 변명하고 있다”면서 “진정 반성하고 참회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B군의 친모 측 가족은 “22년 뒤에 나와서 자식들과 행복하게 살 것”이라며 “어쨌든 (아이를) 죽인건데.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