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모 중학교 A교사가 민원을 제기한 학생 가족과 통화한 기록./연합뉴스

지난 22일 새벽 제주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 A씨는 최근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제주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교사 빈소에서 유족들은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A씨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제대로 등교하지 않는 등 일탈행위를 해 온 학생 1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으로부터 지속적인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초 학생의 일탈 행동으로 A교사와 학생 가족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해당 학생이 학교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여러 차례 적발됐다. A 교사는 해당 학생에게 생활지도에 나섰다다. 또 해당 학생은 여러가지지 이유로 무단 결석하는 날이 잦아졌다.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A 교사는 어떻게든 징계 등을 막아보려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학생의 일탈 행위는 계속됐다. 급기야 이 학생의 누나가 A 교사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왜 동생에게 뭐라고 하느냐’며 따지는 등 그때부터 집요한 통화가 시작됐다.

유족이 보관하고 있는 A교사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보면 학생 누나의 전화는 3월 5일부터 시작돼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다. 오전 7시 24분에 A 교사에게 전화 걸거나 자정 넘어서 전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에 많게는 10여 차례 전화를 걸기도 했다.

A씨 아내는 “학생이 ‘A 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자 이 학생 가족은 남편 휴대전화로 전화해 ‘아동 학대’라는 취지의 민원을 계속해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A 교사는 힘들어 했다.

이 학생 가족은 최근 제주도교육청 담당부서와 홈페이지에 ‘A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저질렀다’는 민원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A씨는 지난 19일 학교 측에 두통을 호소하며 병가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아내는 “학생 가족은 몇 차례 학교를 찾아오겠다고 해놓고 오지 않았다”며 “지난 21일에도 학교로 찾아오겠다고 해 남편은 병가를 미뤘지만 결국 학생 가족은 또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남편은 잘못하지 않았지만 학생 가족에게 사과까지 했다”며 “하지만 상대측에서는 계속 트집을 잡으며 ‘사과하지 말라’, ‘벌은 알아서 받으라’고 괴롭혔고, 남편이 억울함을 견디지 못해 이러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학교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학교와 주변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20년간 교직 생활 동안 고인은 누구보다도 학생을 사랑했고, 모범 교사상을 받을 정도로 착실했다”며 “부고를 들은 제자들과 학부모들이 찾아와 위로해주고 갈 정도”라고 말했다. 이 유족은 “부디 고인이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교육청과 경찰이 도와달라”고 했다.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학생들은 “최근까지 선생님이 힘든 내색없이 평소처럼 수업에 참여하셨다”며 “책임감이 강하시고, 학생들에게 다정 다감하셨던 분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실제로 유족이 공개한 숨진 교사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사망 전날까지 해당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누나에게 잘해라”, “아프면 병원 들러서 학교 와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교육청에 A 교사 분향소를 설치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2일 새벽 0시 46분쯤 제주시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아내는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학교 주변을 수색하던 중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A씨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