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 시각) 캐나다 퀘벡시티 비디오트론 센터에서 열린 국제 피위 아이스하키 토너먼트 AA부 경기. 3피리어드 경기가 모두 끝나고 전광판에 2대1이라는 숫자가 반짝였다. 우크라이나 국기색과 나라 지도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소년들은 가쁜 숨을 쉬며 얼음판에 눈물을 뿌렸다. 관중은 함성과 박수로 패배 팀을 성원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가족들과 고국을 등지고 난민 생활을 하는 소년들로 구성된 우크라아나팀의 도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올해로 63회를 맞는 국제 피위 아이스하키 토너먼트는 아이스하키를 국기(國技)처럼 신봉하는 주최국 캐나다를 비롯, 11~12세로 구성된 세계 100여 팀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권위의 대회다. AAA·AA엘리트·AA·BB·소녀부 다섯 부문으로 진행된다. 캐나다 아이스하키의 전설로 통하는 웨인 그레츠키(62)를 비롯한 스타들의 등용문으로도 유명하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우크라이나팀의 참가 스토리는 대회 전부터 큰 화제였다. 청소년 시절 함께 아이스하키를 하며 우정을 다진 퀘벡 거주 사업가 션 브뤼베와 우크라이나 출신 에브게니 피사렌코가 아이디어를 냈다. 브뤼베는 러시아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유럽으로 날아가 그가 활동했던 아이스하키팀 옛 코치 가족의 루마니아 대피를 도왔는데, 이 과정에서 피사렌코의 도움을 받았다. 피사렌코가 난민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아이디어 구상을 말하고 브뤼베가 호응하며 둘은 의기투합했다.
둘은 직접 비용을 마련해서 유럽 각국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선수 후보들을 물색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캐나다 정부와 퀘벡 지역사회도 비자 발급 등 행정 지원에 나섰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루마니아·독일·라트비아·슬로바키아 등을 돌면서 선수들이 선발됐다. 전쟁 전 한 팀의 동료로 뛰거나, 라이벌팀에서 적수로 통하던 사이도 있었다. 2월 초 격전지 퀘벡에 입성한 이들은 다른 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조된 전력이었지만, 첫 경기에서 루마니아 울브스를 2대0으로 격파하고, 다음 경기에서도 보스턴 주니어 브루인스를 3대1로 완파하면서 돌풍의 팀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의 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소년들에게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 버몬트 플레임스 아카데미와 가진 3차전에서는 두 골을 먼저 내주고 막판 만회골로 따라갔으나 끝내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하나같이 흐느껴 울었다. 자하르 코발렌코가 “마지막 찬스를 놓쳤다”며 고개를 떨구자, 동료 올렉시 슈크라바크는 “비록 경기는 졌지만, 친구들과 함께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게임 뒤 링크 곳곳에 사람 이름이 적힌 우크라이나 국기가 곳곳에 내걸렸다. 캐나다 글로벌뉴스는 “전쟁 뒤 가족들을 대피시키고 전장으로 나간 아이들의 아버지 이름”이라며 “이 이름 중 상당수는 전사자”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