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초등학교에서 운동회 시작 전 아이들이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초등학교에서 운동회 시작 전 아이들이 입을 모아 사과하는 영상이 온라인상 화제다.

1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과부터 하고 시작하는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영상에는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들 조금만 놀게요. 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촬영했다는 게시자는 “오늘 초등학생 아이 운동회다. 보호자들 참관도 없이 노래 한 곡 틀지 않고 마이크 볼륨도 높이지 않은 채 오전 9시부터 딱 2시간 40분 했다. 100명 내외라 그리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이 동영상의 소리가 다 함께 외친 처음이자 마지막 소리라 제일 컸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죄송합니다’를 학교 측에서 시킨 것인지, 진행자가 시킨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아이 키우며 사는 것이 죄인이 된 것 같은 요즘 최대한 바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겠다.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학군지나 그런 곳이 아니라 조용하고 다정한 동네다. 아이가 ‘백군이 졌지만 정말 즐거웠다’라고 하더라”며 “공감해주고 마음 나눠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 역시 아이들의 상황에 안타까운 반응을 보냈다. 이들은 “운동회 시끄럽다고 민원 넣는 세상이라니 참 각박하다” “애들이 운동회한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정상이냐. 씁쓸하고 짠하다” “애들 뛰노는 축제 소리도 시끄럽다고 하는 나라에서 무슨 저출산 문제를 논하겠나” 등의 의견을 남겼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 이른바 ‘초품아’를 선호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언급하며 “내로남불의 시대다. 초등학교는 가까워야 하지만 시끄럽지는 않아야 한다” “초품아로 집값은 올라야 하지만 운동회 소리는 싫다는 거냐” 등의 비판적인 의견도 내놨다.

초등학교 운동회에 민원을 넣는 사례는 실제로 빈번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날 인근 빌딩에서 소음에 항의하다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2022년 전북 전주와 2019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인근 아파트 주민의 민원으로 운동회가 축소 시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