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경북 영천시장 지방선거에 관여해 억대의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65)씨가 9일 또 다시 구속을 면했다. 지난달 첫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지 3주만에 열린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자신의 정치활동과는 상관없이 단지 다른 정치인에게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경우에도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단독정범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수사과정에 드러난 피의자의 여러 행적을 고려하더라도 현 단계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공직선거법 위반죄와는 해석을 달리 할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검은색 패딩을 입고 안경을 쓴 채 검찰 긴급호송차량에서 내린 전씨는 머리도 패딩 모자로 덮어쓴 채 손을 모으고 빠르고 법정 안으로 향했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에 관한 입장이 무엇인지, 1억 5000만원을 수수한 것이 맞는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어떤 관계인지,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인정하는지, 윤한홍 의원과의 친분을 인정하는지 등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지만 전씨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
약 1시간 가까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전씨는 오후 3시 12분쯤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패딩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전씨는 법정에서 나올 때 역시 ‘혐의를 인정하느냐’ ‘대통령 부부와 어떤 관계냐’ 등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지난 6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전씨를 체포하고 전씨의 서울 서초구 자택과 강남구 법당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같은달 19일 법원은 “전씨가 금원(金員·돈의 액수)을 받은 날짜, 금액, 방법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이 의심하는 것처럼 전씨가 정치권에 해당 금원을 그대로 전달했다면 전씨의 죄질을 달리 볼 여지가 있는 점, 수사 기관의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6일 전씨를 재소환하는 등 보강조사에 주력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통해 영장 기각 사유를 보완했다”며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에 관한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