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뉴스1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랩)·신탁 돌려막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들과 거래한 증권사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수사과는 16일 오전부터 ‘채권 돌려막기’ 의혹을 받는 9개 증권사와 거래한 증권사 8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증권, KB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등 9개 증권사는 지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랩·신탁 환매 과정에서 시장 혼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금감원)은 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에 관한 집중 점검에 착수했고, 증권사들이 특정 고객의 수익률을 보장하고자 다른 고객 계좌로 손실을 돌려막거나 회사 고유자금으로 손실 일부를 보전해 준 사실을 파악했다.

랩·신탁은 펀드와 달리 증권사가 고객과 일대일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랩·신탁은 그간 법인 고객이 단기 자금을 운용할 때 자주 찾던 상품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로 지방정부(강원도)마저 약속한 지급 보증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번지자 채권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며 문제가 생겼다.

다수의 법인 고객이 증권사에 랩·신탁 환매를 요청했으나, 장기 채권 등 편입 자산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았다. 이에 증권 업체는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하는 등 각종 편법을 저질렀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9개 증권사들에 대한 랩·신탁 제재 결과를 통보했다.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은 원안대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3~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고객 보호를 위한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한 소명이 일부 참작된 NH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영업정지 3개월에서 1개월로, 영업정지 1개월에서 기관경고로 제재 수위가 감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