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요리 주점의 메뉴판 모습./독자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의 A 요리 주점에서 송년회를 한 직장인 이선민(29)씨는 안주로 시킨 전골과 곁들여 먹을 밥을 주문하려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차림표에 공깃밥 한 그릇이 3000원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물에 가볍게 밥이나 말아 먹으려고 했는데, 한 그릇에 3000원이나 해 고민했다”며 “요새 ‘가볍게 밥 한 그릇이나 말아 먹자’는 옛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외식 물가가 올라 수년간 1000원대였던 공깃밥 값도 뛰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 직장인 식당가를 중심으로 많은 곳이 공깃밥 한 그릇 값을 2000원으로 올렸다. 배달 앱에서도 추가 공깃밥을 2000원으로 올린 식당이 많다. 강남구 등 물가가 비싼 곳에서는 한 그릇에 3000원짜리 공깃밥까지 나왔다.

직장인들은 공깃밥 가격이 2~3배 올랐다는 사실을 식당에서 따로 듣지 못해 영수증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직장인 김현지(27)씨는 동료들과 점심때 자주 가던 백반집에서 비빔밥을 시키고 공깃밥을 하나 추가했는데, 나중에 2000원이 찍혀 있어서 당황했다고 한다. 김씨는 “9000원~1만원 정도에 제육볶음, 찌개류, 비빔밥을 먹을 수 있어서 점심때 동료들과 자주 가던 식당인데, 당연히 1000원이겠거니 싶어 시킨 공깃밥이 2000원이나 된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 “사실상 가격 인상을 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공깃밥 값을 올린 식당 주인들은 “각종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주 메뉴 가격 인상만으로는 치솟는 재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깃밥 가격을 2000원으로 올린 강남구의 한 자영업자는 “재료값, 인건비, 임차료 등 안 오른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올리게 됐다”고 했다. 쌀 소매가격이 오른 탓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쌀 20㎏ 소매가격은 평균 5만7970원(20일 기준)으로 1년 전인 4만7300원보다 22.5% 올랐다.

식당들의 공깃밥 가격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엔 “쌀값이 올라 공깃밥 가격 1000원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다”는 식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