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4일 70대 여성 3명이 감전사한 세종시 조치원읍 목욕탕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25일 “사고가 발생한 탕 안에 버블 발생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누전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종 기자

지난 24일 세종시 목욕탕 감전 사고의 원인으로 온탕 안에 설치된 ‘버블(거품) 발생기’가 지목되고 있다. 당시 온탕에 들어갔던 70대 여성 3명은 감전사했지만, 바로 옆 탕 밖에 있던 여성 1명은 아무렇지 않았다. 경찰은 25일 “온탕 안에 버블 발생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누전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블 발생기는 탕(湯) 안에 거품을 내뿜는 장치다. 거품은 선풍기처럼 생긴 송풍기로 바람을 일으켜 만든다. 송풍기는 전기 장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습기가 많은 목욕탕 안에 두지 않고 밖에 설치한다. 바람은 플라스틱 관을 통해 탕까지 공급된다.

목욕탕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기 장치는 전부 탕 밖에 두고 관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누전 가능성이 없다”며 “해당 목욕탕은 부실 개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버블 발생기는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설비다. 목욕탕 업계 관계자는 “버블 발생기는 우리나라에서 대중목욕탕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본격 보급됐다”며 “당시에는 거품을 내 탕 안의 때 등 부유물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했다. 비용 때문에 탕 안 물을 자주 갈 수 없다 보니 물이 깨끗해 보이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후 사람들이 마사지나 지압용으로도 거품을 즐기면서 이를 설치하는 목욕탕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문을 닫는 목욕탕이 계속 나오면서 버블 발생기 제조 업체들은 사실상 폐업 상태라고 한다.

그래픽=양인성

그래서 관리·보수도 어렵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검사는 한국전기안전공사가 1년에 한 번씩 실시하고 있지만 이상이 발생할 경우 제대로 고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한 목욕탕 사장은 “제작 업체가 문 닫은 지 오래라 고장 나면 일반 전기 공업사에 맡겨 수리한다”며 “그것도 외부 장치만 손볼 뿐 송풍용 관 쪽은 벽을 다 뜯어야 해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8년에도 경남 의령 한 목욕탕에서 남성 2명이 버블 발생기와 수압 마사지기를 이용하다가 감전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송풍기 모터와 연결된 전기 배선이 끊어져 누전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6일 2차 합동 정밀 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어디에서 전기가 흘러나왔는지 단정할 수 없는 상태”라며 “벽 내부나 천장을 지나는 전기선이 있는지 벽면까지 뜯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세종시는 관내 목욕탕 20곳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다. 직장인 조모(31)씨는 “새해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목욕을 하려 했는데 목욕탕 가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백모(70)씨는 “일주일에 3번 이상 갈 정도로 목욕탕은 친숙하고 편한 공간”이라며 “계속 갈지를 고민해 봐야겠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가뜩이나 전기료도 오르고 손님이 줄어 영업이 어려운데 감전 사고까지 나니 연말 대목에도 걱정이 크다”고 했다.

최근 개업한 목욕탕은 대부분 버블 발생기를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탕 내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로 여과기를 쓰기 때문에 굳이 전기료를 더 들여 버블 발생기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