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은 29일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42)씨의 결혼 상대였던 전청조(27)씨를 30억원대 사기 혐의,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전청조씨의 경호원 행세를 하며 고급 주거지, 외제차량을 빌리는 데 명의를 제공한 공범 A(26)도 함께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와 A씨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유명 기업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를 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라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꼬드겨 27명으로부터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금 등 명목으로 합계 약 30억 7800만원을 받아낸 혐의가 있다.
피해자 행세하던 경호팀장도 공범으로 구속
이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수사개시 후 피해자 행세를 한 A씨의 계좌로 전씨가 받아낸 사기금액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A씨의 범죄 혐의를 추가로 파악했다. A씨는 자신 계좌로 사기 피해액 중 21억원 이상 송금받아 관리하고, 이 금액 중 일부를 현금과 달러로 전달받아 환전 하거나 ‘쪼개기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검찰은 지난 21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씨와 A씨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가던 검찰은 전씨의 또 다른 사기 범행을 찾고, 주민등록증과 용역계약서를 위조한 사실도 파악했다. 전씨는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고, 자신의 사진이 부착된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혐의도 있다. 전씨는 이 신분증을 이용해 ‘남성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전씨는 범행 과정에서 다른 회사 대표이사 명의의 용역계약서를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고급 레지던스, 슈퍼카를 자기 명의로 단기 임차해 전씨에게 제공하고, 자신의 신용카드를 ‘한정 발급되는 한도 무제한 카드’로 보이도록 ‘튜닝’해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억 피해금 중 약 2억 원을 취득하는 데 A씨가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을 밝혀졌다.
피해자들은 전씨의 소셜미디어 지인, ‘재테크 강의’를 명목으로 모인 수강생들, 남현희씨가 운영하는 펜싱학원 학부모 등으로 90%이상이 20~30대 사회 초년생인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피해자들 대부분의 사회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악용하여 미래 대비 자금의 거의 전부를 빼앗았다. 이들 중 일부는 고리의 대출까지 받아 결국 피해금 1억 원 기준, 매달 200만 원 상당의 원리금을 변제하게 되는 등의 추가 피해도 발생했다.
재력 과시하며 피해자 현혹...성별 바꿔가며 범행도
전씨는 재벌 3세를 사칭하면서 마치 ‘평범한 사람은 얻지 못할 다시 없을 특별한 기회’를 주는 것처럼 꾸며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과시해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과시하며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서울 잠실 시그니엘을 월세 3500만원에 3개월 단기 임차하고 피해자들을 초대하거나, 슈퍼카 여러 대를 임차해 피해자들을 태웠다. ‘재벌 3세’를 사칭하며 5성급 호텔 VIP룸 및 펜트하우스에 피해자들을 초청해 ‘투어’를 시키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수백만원대의 와인과 명품을 선물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전씨는 1인당 월급 1500만원을 들여 경호원 4~5명을 상시 대동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기자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숨겨진 재벌 기습 인터뷰’ 상황극을 하거나, 평범한 신용카드를 대부호들을 상대로 한정 발급되는 ‘블랙 카드’ 등으로 꾸며내어 사용하기도 했다.
전씨는 성별을 바꿔가며 ‘피해자 맞춤형’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도 나타났다. 전씨는 ‘즉석 만남앱’을 통해 ‘결혼을 원하는 부유한 20대 여성’ 행세를 하며 임신과 결혼 비용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냈다. 한편으로는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