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방송인이자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4년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씨는 14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 참여했다. 하씨는 ‘마약과 사회-마약 투약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하씨는 “미국 동부 주립 대학교의 로스쿨을 다니면서 주말마다 파티하다 보니 술과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 마약 사건이 뉴스에 나오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며 “가족의 사랑, 친구들 덕분에 회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씨는 “한국에서는 마약 관련 교육 시설, 치료 병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지역 곳곳에 중독 재활 관련 비영리법인 단체가 생겨 실질적 교육과 심리상담이 이뤄져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마약 중독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서는 N.A(Narcotics Anonymous‧익명의 약물중독자들 모임), DARC(마약중독재활원)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마약 관련 범죄의 처벌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청년들의 시각으로 한국 마약 범죄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한국 내 마약 확산 방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태 의원과 청년 정책보좌단은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수출입 목적으로 재배‧소지할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하씨는 2019년 3월 중순 인터넷으로 필로폰을 구입한 뒤 외국인 지인과 함께 투약하거나 홀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씨는 2017년과 2018년에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온몸의 털을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마약 성분 검사를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하씨는 법정 최후 변론에서 “국민들을 실망하게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과드리면서 죽을 때까지 반성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됐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어렸을 때 모범적인 학생으로 살았고, 모범적인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 순간적인 잘못으로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실망을 줬고, 아들의 존경마저 다 잃었다”고 했다.
하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실수했고, 잘못했으니까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앞으로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을 충실하게 사랑하겠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말초신경암이라는 희귀암 투병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최근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하씨는 미국계 한국인으로, 미국 변호사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1997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미국 태생이면서도 방송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해 인기를 얻었다. 1999년 광주외국인학교를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