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자녀가 65세 이상 연령에서 주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80%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는 질환명이 아니라, 기억장애나 인지기능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증상군을 말한다. 즉 치매 증상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에 걸려 나타날 수도 있고, 뇌혈관이 좁아져 뇌로 유입되는 혈액량이 줄어드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오대종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한국 등 8개 국가의 노인 1만719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응답자들의 평균 연령은 72.8세였고 여성의 비율은 59.2%였다. 연구팀은 치매 가족력을 조사하고 임상평가와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신경학적 검사 등을 통해 응답자의 치매 여부를 진단했다.

그 결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으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이 47%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명 발병 위험은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치매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치매를 앓았던 경우 자녀의 치매 위험도는 51%, 알츠하이머병의 위험도는 80%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 자녀는 성별에 상관 없이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68%, 남성은 100% 이상 증가했다.

연구팀은 어머니 쪽으로 유전되는 X성염색체나 미토콘드리아 DNA 등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부모 중에서 특히 어머니의 치매 병력에 중요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부모가 치매 병력이 있다면 금연과 절주, 식습관 개선, 고혈압·당뇨 등의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임상신경학저널(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