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따라 조(兆) 단위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관련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AI 교과서 개발에 과거 검·인정 교과서를 낸 이력이 있는 기존 출판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출판사들이 한 과목당 1개 이상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듀테크)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공동 개발을 하는 길도 열어줬다. 그간 종이 교과서 제작에 주력해 온 출판사들의 IT 기술 수준이나 인력 여건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교과서 출판사는 테크 기업과 협업해 AI 교과서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문제를 다양하게 제출하는 등의 기술은 에듀테크 업체에, 방대한 학생 학습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클라우드 기능은 KT·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에 각각 맡기는 식이다. 이번에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한 테크 업체들은 2029년부턴 단독 교과서 개발도 가능해진다.
현재 종이 교과서 권당 가격은 3000~1만2000원 수준으로, 연간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권당 5만~10만원 선으로 추산되는 AI 교과서가 도입되면 조 단위 시장이 생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면 향후 수십~수백억원 규모의 수입을 매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교사나 학교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한 AI 교과서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과서 출판사와 에듀테크 기업이 초기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잡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관계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대형 교과서 출판사들은 에듀테크 업체들이 교과서 시장 파이를 빼앗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에듀테크 업계에서도 대형 교과서 출판사에 노하우나 기술력만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