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서 상반신에 화상을 입고 4개월 넘게 병원에서 치료받던 70대 남성이 지난 20일 숨졌다. 같은 날, 경찰은 그의 동네 후배인 6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투병 중 숨진 남성을 살해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사건은 작년 11월 4일 고흥 도양읍의 한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벌어졌다. 숨진 A(71)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B(62)씨와 내기 윷놀이를 했다. 돈을 딴 A씨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이내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말한다.

전남 고흥경찰서 전경. 뉴스1 DB

이때, 컨테이너 안에 있던 난로가 A씨 몸쪽으로 넘어졌다. 난로에서 휘발유가 흘러나오며 A씨 몸에 불이 붙었다. B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피해자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A씨는 상반신 70%가량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컨테이너에서 벌어진 이날 일을 그 누구도 경찰이나 소방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보름 뒤, 고흥경찰서 수사팀에 첩보가 들어왔다. A씨가 화상을 입게 된 것이 B씨가 난로를 고의로 넘어뜨렸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보강 수사에 나섰다.

투병 중이던 A씨는 4개월여 만인 지난 20일 숨졌다. 같은 날 B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B씨가 사건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모른 척해 달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한다.

B씨는 그러나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난로가 넘어지면서 A씨가 화상을 입게 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언쟁을 벌이던 중 실수로 넘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23일 기각했다. 과실치사라는 B씨의 주장을 깰 만한 진술과 물증을 확보해오라는 이유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를 거쳐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했다. B씨는 이날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