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국내 최고 투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건 과한 벌일까. 지난해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으나 오는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는 합류하지 못한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 얘기다. 최근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이를 두고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토론까지 벌어졌다. “어릴 적 잘못 하나로 선수 발목 잡아선 안 된다” “학폭을 가볍게 보는 발언” 등의 의견이 나온다.
논쟁에 불을 지핀 건 추신수의 발언이었다. 그는 21일 미국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DKNET에서 WBC 최종 명단 30인에 대해 “새로 뽑혀야 하는 선수들이 많았어야 했다”며 안우진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갔다 와서 느끼는 감정이나 마인드가 자체가 다를 것”이라며 “이런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얼굴을 비쳐서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한국 야구가 할 일인데 그게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안우진에 대해서도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도 “외국으로 나가서 박찬호 다음으로도 좋은 선수가 될 재능을 가진 선수인데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어릴 때 잘못을 뉘우치고 출장 정지도 다 받았는데 국제대회를 못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일을 당하는 후배가 있으면 선배들이 발 벗고 나서야 된다”며 “후배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잘못된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뭔가 제대로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도움이 되려고 해야 하는데 그냥 지켜만 보는 게 아쉽다”고 했다.
안우진은 현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30경기에 등판해 15승8패 196이닝 평균자책점 2.11을 올렸다. 탈삼진은 224개를 기록했다. 이런 압도적인 성적으로 같은 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안우진은 KBO가 지난 4일 발표한 WBC 대표팀 30인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해 “국가대표의 상징적인 의미와 책임감 및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선수를 뽑았다”고 했다. 안우진이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었다.
앞서 안우진은 휘문고 3학년 때 야구부 후배들을 폭행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영구히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다만 WBC는 KBSA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 아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라 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KBO기술위원회는 끝내 안우진을 포함하지 않았다.
추신수의 발언이 등장한 유튜브 영상에는 22일 오후 9시 기준 11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용서는 학폭 피해자가 하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구제할 일이 아니다” “피해자는 학폭으로 평생 상처를 안고 산다. 학폭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태극 마크는 실력으로만 주어지는 게 아니다” 등의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야구 커뮤니티 MLB파크 등에는 추신수의 의견을 지지하는 반응도 있었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징계까지 받았는데 한번 낙인찍히면 그걸로 모든 게 끝인 사회가 안타깝다” “그간 학폭 이외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선수들도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우가 있었다. 안우진을 뽑지 않은 건 기준이 없는 국민정서법 때문 아닌가” 등의 의견이었다.
안우진 측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학교폭력이라는 네 글자의 주홍글씨로 진실을 덮는 건 아니다”라는 의견문을 발표한 바 있다. 안우진은 당시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해자 4명 중 3명의 ‘과도한 폭력은 없었다’는 내용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