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자신보다 어린 소년을 잔인하게 살해한 만 13세 소년(오른쪽)이 법정에서 판사 역할의 김혜수를 향해 웃고 있다. /넷플릭스

“만으로 14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신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 나온 대사입니다. 만 13세 소년이 자신보다 더 어린 소년을 잔인하게 살해한 후 소년법정에서 한 말인데요, 촉법소년 제도에 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하는 판사 역할의 김혜수는 드라마에서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라며 엄격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립니다. 1953년 정해진 ‘14세 미만’이라는 촉법소년의 기준, 이대로 두는 게 괜찮은 걸까요.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것이 옳다고 하셨는데요, 이유가 뭔가요?

형사정책을 만들 때 중요한 건 주장이 아니라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바로 통계입니다. 통계는 분명히 ‘촉법소년’의 나이 하한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4세 미만 ‘촉법소년’ 법원 송치건수는 2018년 7364건, 2019년 8615건, 2020년 960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또 2021년 전체 소년범죄에서 ‘촉법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34.2%에 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촉법소년이 저지른 흉악범죄 건수만 살펴봐도 살인 4건, 강도 14건, 성범죄 373건, 방화 49건이나 됩니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는 것과 촉법소년 나이, 어떤 상관이 있는 거죠?

소년법상 촉법소년은 어떤 잔혹한 범죄를 범해도 형벌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인 경찰, 검찰의 개입이 애당초 불가능한 거죠. ‘보호처분’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호처분 중 가장 중한 처분이 ‘2년 소년원 송치’입니다. 13세 소년이 살인해도 수사기관은 두손 놓고 있어야 합니다. 소년부 법원만 개입할 수 있습니다. 법원 역시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2년 소년원 송치 처분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어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게 되는거죠.

◇그럼 살인을 범한 촉법소년도 다른 촉법소년과 같이 소년원에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 부분이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는데요. 살인을 범한 촉법소년이 다른 촉법소년에게 악영향을 분명히 끼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흉악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촉법소년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면 모두 형벌을 받아 전과자가 되는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인데요.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어도 여전히 보호처분이 가능합니다.

13세 소년이 폭력을 행사했지만 피해가 경미하고, 진정으로 사과해 피해자가 용서했다면 보호처분도 가능합니다. 나이가 하향되어도 13세 소년 중 99%는 지금과 같이 보호처분을 받을 것입니다. 보호처분으로 도저히 교화가 어려운 1%의 흉악범죄를 범한 소년에게 형벌을 부과해 교정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살인·강도·성폭행·방화 등 흉악범죄를 범한 촉법소년, 자신이 어떠한 형사처분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획적으로 반복해서 범죄를 일삼는 촉법소년에게 현재의 보호처분은 이들을 교정할 수 없다고 보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죄질에 합당한 처분이 내려질 때 교정이 가능하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