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5·6급 직원 7명이 이달 한꺼번에 사표를 내면서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7명 중 2명은 변호사, 5명은 회계사다. 모두 특채 출신으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직원으로 알려졌다. 감사 현장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전문 인력’ 7명이 한꺼번에 감사원을 떠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특채 출신뿐만 아니라 감사원 공채(7급) 출신 직원 20여 명도 최근 정부 내 다른 부처로 옮기고 싶다는 ‘전출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엑소더스(탈출)”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감사원 고위 간부는 “변호사·회계사 자격증을 딴 다음 감사원에 들어오는 직원들은 (그 나름대로) 사명감이 있어 오는 경우라 좀처럼 퇴사하지 않는데 지금 감사원 행보에 실망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실망’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건 감사원의 정체성 실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정권에 부담이 되는 대형 감사나 민감한 감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전·현직 감사원 직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작년 말 감사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 청구를 기각했을 때도 내부에선 “직무 유기”라는 불만이 작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직원들을 들썩이게 하는 요인으로도 이어진다. 감사원이 민감한 사안들에 손을 대고 조사하면 자연스레 외부에선 감사원 출신들을 영입하려 애쓴다. 공공 기관이나 법무 법인, 기업 등에서 ‘감사원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처럼 많은 감사 현안을 소홀히 할수록 감사원 출신들 몸값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 분석이다. 결국 더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탈출’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인사 적체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중앙 부처나 지자체는 5급에서 4급 승진에 4~7년 정도 걸리는데 지금 감사원은 12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이 역시 ‘감사 안 하는 감사원’ 부작용에 가깝다. 존재감이 약해진 감사원 간부에 대한 외부 수요가 줄다 보니 간부들이 전보다 오래 남고, 인사 적체가 가중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국장급 이상을 5년 이상 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10년 가까이 된 간부들도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직원 1000명 중 자격증 소지자 7명이 퇴직한 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안에선 “핵심 인력이 동시에 빠진 충격적 사건”이란 말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