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41)씨의 앞집 현관에 폐쇄회로(CC) TV가 달렸다. 한 층에 두 집만 사는 구조로 카메라 각도는 엘리베이터와 복도, A씨 집 대문까지 찍히도록 설치돼 있었다. A씨는 “CCTV에 우리 가족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다 찍힐 것 같은데, 집에 초등학생 애들도 있고 해서 괜히 갈등을 빚을까 봐 설치한 이유도 아직 못 물어봤다”며 “감시받는 듯한 기분도 들고 이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웃집 CCTV 설치와 관련해 불만을 호소하는 입주민이 3~4명쯤 된다”고 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대구광역시 중구의 한 빌라에 혼자 거주하는 허모(24)씨도 지난 4월 문 앞에 CCTV를 설치했다. 허씨는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 불안해서 설치했지만 이웃집엔 얘기하지 않았다”며 “같은 층의 여섯 집 중에 네 집 정도가 찍히는데, 사실 보지는 않지만 비밀번호 찍는 모습도 담긴다”고 했다.

최근 아파트·원룸 등 현관문에 CCTV를 설치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로 인한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데다 코로나 장기화로 배달 수요가 커지면서 보안, 택배 분실 등을 이유로 설치하는 것이다. 한 보안 업체는 월 2만원 안팎에 현관문에 CCTV를 달아주고 휴대폰으로 실시간 영상 전송, 위급 시 보안요원 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현관문 CCTV를 설치하는 가정이 매년 2배 이상씩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5만~6만원대에 현관용 CCTV를 판매한다.

CCTV를 설치한 집의 이웃들은 ‘내 집 지키겠다고 남의 사생활은 침해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개인 정보 관련 사안을 다루는 정부 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따르면, CCTV 등 영상정보 처리기기와 관련한 개인 정보 침해 신고 상담 건수는 지난 3월 816건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매월 600건 안팎씩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전국 각 지역의 맘카페 등에도 “이웃집에서 동의 없이 CCTV를 설치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흠칫한다” 같은 피해 호소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현행법상 현관 앞 CCTV 설치는 이웃에게 고지 의무가 없다. 개보위 관계자는 “사업장처럼 업무 목적이 아닌 개인이 집의 보안을 위해 현관에 설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웃 간 분쟁이 발생하면 옆집까지 보이지 않게 ‘촬영 각도를 조절하라’ 정도의 권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역시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나 경찰에 신고해도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로 이웃간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 정보 침해 신고센터(국번 없이 118번), 개보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웃끼리 원만히 해결하는 게 현실적 대책이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 등으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며 “이웃과 대화를 통해 카메라 각도를 조절해 얼굴 등이 안 나오게 하는 것이 사실상 마지노선일 것 같다”고 했다. 한 보안 업체 관계자는 “CCTV 설치 시 촬영 범위를 최대한 현관 앞으로 설정하고, 부득이하게 이웃집이 찍힐 경우엔 화면상 검게 처리하는 마스킹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