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 서울동부지검 검사가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읽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면서 이렇게 잘 정리된 책을 출간한 조 전 장관의 초인적 역량과 인내심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 검사는 8일 페이스북에 “주말에 ‘조국의 시간'을 겨우 구매해 오늘까지 여러번 읽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 검사는 “역시 법학자 중 논문 인용 회수가 가장 많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 전 장관이 직접 쓴 책이어서 그런지 대단히 객관적이고 차분한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에 많이 감탄했다”고 했다. 또 “검찰권한 남용과 제한의 다이내믹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의미도 매우 큰 책이고, 그에 걸맞는 객관성도 확보된 저서”라고 했다.
그는 “최근 장관님을 대신해서 사과한다는 비겁한 분들과 달리, 먼저 인정할 사실은 인정하고 대범하게 사과한 후 자신을 밟고 전진하라고 하시는 부분에서는 인격적 성숙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특히, 칼을 휘두른 쪽의 극악무도함만 지독하게 내세우거나, 나는 억울하다는 식의 유아적 표현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에서 책 전체를 읽고 나서도, 이런 분이 국가권력 파시즘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서초동에서 수백만 명이 모일 수 있었고, 책은 나오자마자 없어서 구하지 못할 정도가 되는구나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진 검사는 “표창장 사태를 필두로, 검찰 권한이 거의 극도로(수사개시 권한 삭제) 제한되어야 하는 당위성에 관해 다양한 예시를 개진하되, 현재 재판중인 사건에서 여론 형성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욕심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겸양의 자세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가수사권한이 선정적 언론사와 특정 정당과 야합할 경우 발생하는 폐해를 중고등학생 및 대학교, 로스쿨 교육 과정에서도 사회교과서의 보조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씌어 있다”고 했다.
그는 “매우 드라이하고, 극도로 감정을 자제하면서 객관적으로 씌어져 있는 회고록인 ‘조국의 시간’을 다 읽고 한 번 더 펑펑 울고 싶으신 분들께 함께 권한다”며 E.L. 닥터로의 ‘다니엘서’를 언급했다.
다니엘서는 무기 기밀 사항을 넘기기로 공모했다는 혐의로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한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그들의 아들로 설정된 다니엘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이념 전쟁과 정치적 필요에 의해 조작되고 흐려진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진 검사는 조국 사태 초기에 다니엘서의 독후감도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