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6일 “내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30만원 이상 입학준비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서울 중1·고1 신입생 전원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시교육청이 지급하는 방안이다. 입학 준비에 필요한 교복, 도서, 학용품뿐 아니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까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계에선 “학생들에게까지 현금을 뿌리겠다는 발상으로 지나친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은 14만5049명이다. 이들에게 1인당 30만원씩 지급한다면 435억원이 필요하다. 50만원이라면 725억원이 들어간다.

◇"서울시와 각 구청과 분담하면 된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입학준비지원금은 교복 구매도 가능해 무상 교복 시대도 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2곳이, 서울시에서도 4개 자치구가 무상 교복을 시행하면서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무상 교복을 시행하지 않는) 구청장들로부터 적극적 (대안)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병행해 신입생이 교복을 물려받는 경우 다른 물품 구매 여력이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백억원대 예산을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모든 서울 중·고교 신입생들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들이 필수 입학준비물을 살 수 있게 지원하는 취지라면, 이런 학용품 구매에도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한정된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조 교육감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자치구가 1인당 지원액과 예산 분담 비율을 두고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론 시교육청과 서울시, 자치구가 각각 5대3대2나 4대4대2 비율로 분담해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과 2대2대6의 비율로 나눠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 등 세 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입학지원금 예산 중 50~80%를 서울시와 자치구가 부담하면 시교육청은 145억~218억원을 부담하면 된다.

◇이용자 많지 않은 ‘제로페이’로 지급

입학지원금 지급 방식도 “제약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교육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통해 입학 지원 상품권을 발행하고, 이를 학생이나 학부모의 스마트폰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간편 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로 전송해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 시내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 56만개 중 제로페이가 설치된 곳은 26만개로 전체의 48%다.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 수 56만9000개 중 생활·교육 분야 가맹점 수는 18.6%(10만6000개)에 불과하다. 쓸 수 있는 곳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지급된 상품권으로 교양 도서나 학습 자료 등 도서, 교복뿐 아니라 일상의류·책가방·생활복·체육복 등 의류와 태블릿 PC 등 스마트기기도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입학생 학용품 구입을 지원한다는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추가적인 용돈처럼 생각하고 엉뚱한 데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만화책이나 사행성 조장 도서는 구매가 제한될 수 있고, 교복은 학교별 학칙에서 정한 형태를 따라 사야 한다”며 "태블릿 PC도 온라인 수업이나 과제용으로만 구입을 허용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