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에서 구화선 교수가 난자 냉동 탱크를 점검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난자의 질이 떨어지기 전인 35세 전후에 냉동 보관을 고려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지난달 말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난임센터를 찾은 김모(36)씨는 난임 환자였던 지인의 추천으로 난자 냉동 보관 상담을 받았다. 미혼인 김씨는 “결혼과 임신을 미루다 보니 더 늦기 전에 난자를 꼭 보관하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병원을 찾기까지 두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담 일주일 뒤로 예정된 생리시작일에 맞춰 배란 주사를 맞고 약 15일 뒤 난자를 채취해 냉동하기로 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0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는 0.84명으로 1년 전보다 0.08명 감소했다. 또 첫 출산 여성의 연령도 33세로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30대 여성들 모임에선 난자 보관이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 중 하나라고 한다. 실제로 난임센터가 출산 전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난자 보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미혼 여성 69.8%, 출산 전 기혼 여성의 64%가 난자 보관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센터 진료실에 첫 진료를 온 여성의 약 15%는 ‘난자 냉동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대답할 정도다.

◇40세 넘으면 임신율 급격 하락

여성은 만 35세가 넘으면 난자의 질이 저하된다. 임신율도 35세를 시작으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서 40세가 넘으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난자 냉동은 35~37세에도 당장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들에게 권장된다. 늦어도 37세까지는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받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35세 이전에 냉동 보관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

미혼 여성들이 난자를 처음 보관하기 시작한 건 암환자 때문이었다. 암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를 하게 되면 생식세포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출산 전 여성이라면 항암 치료 후에도 아이를 갖기 위해서 난자를 보관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혼(晩婚)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이로 인해 난임 사례가 많아지면서 미혼 여성들을 위한 난자 보관이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자구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임기 여성 10명에 1명꼴로 흔한 자궁내막증의 경우 난소 수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수술 후 난소 기능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악의 경우 난소 수술 이후 조기 폐경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대부분의 부인과 의사들은 난소 수술을 앞둔 미혼 환자들에게는 난소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를 시행해 난자 보관을 권한다.

◇냉동 전 난소 기능 검사 받아야

난자 냉동으로 인한 임신 가능성은 여성의 나이와 난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난자 냉동 시술 전 반드시 난소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성의 나이, 초음파에서 관찰되는 동난포(난자가 자랄 수 있는 주머니)의 수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난자 보관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난자 냉동 시술은 난소에서 여러 개의 난자를 키우기 위해 생리 시작 2~3일째부터 배란유도약과 주사를 처방한다. 이후 채취된 난자를 동결시켜 난자은행에 보관하게 되는데 통상 15~30개의 난자 보관을 권하고 있다.

난자 채취와 보관·냉동까지는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냉동 보관된 난자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려면 보관했던 난자가 최대한 처음 얼린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결에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짧아야 한다. 그래서 난자 손상이 거의 없는 슬러시질소(Slush Nitrogen·SN2) 유리화 동결법 같은 방식이 이용된다. 또한 난자 보관 기관을 24시간 모니터링을 해 온도 변화가 없도록 감시하는 시스템이 정비돼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