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 HSG성동조선 야드 모습. /HSG성동조선

경남 통영의 HSG성동조선(옛 성동조선해양)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주 잔량이 세계 10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중견 조선사였다. 조선업 불황으로 한때 부도 위기까지 몰렸지만, 최근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수년간 노조의 불법적인 유급 전임자(專任者) 과다 운용을 허용하고, 전임자들에게 일반 직원보다 월급을 더 많이 준 사실이 드러났다.

2일 본지가 입수한 경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에 따르면, HSG성동조선은 지난 2015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지회와 유급 노조 전임자 5명을 두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었다. 이와 별도로 노조원 6명에게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산업안전보건위원 등 직책을 주고 전임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도록 했다. 이름만 달리했을 뿐 사실상 전임자 11명을 두도록 한 것이다.

노조 전임자는 회사 업무 대신 노조 일만 하는 조합원이다. 몇 명을 둘지는 노조가 정하지만, 회사가 월급을 지급하는 인원은 노조법의 ‘근로 시간 면제(타임오프·time off)’ 제도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정해진 인원을 초과하는 전임자를 두려면 이들의 월급을 회사가 아닌 노조가 줘야 한다. 판정서에 따르면, 2015년 5명이던 유급 전임자 기준은 이후 불황으로 직원 수가 감소하며 2.5명까지 줄었지만 회사와 노조는 11명을 고수했다.

노조 전임자들은 일반 직원보다 월급도 더 받았다. 이들은 야근 등을 하지 않았지만, 매달 70시간의 연장근로 수당을 꼬박꼬박 챙겼다. 일반 직원이 월평균 290만원(2021년 기준)을 받을 때 노조 전임자는 410만원을 받았다. 전임자라는 이유로 매달 120만원가량 더 얹어 준 것이다.

노조법 기준을 초과해 유급 전임자를 두고, 노조 전임자들에게만 월급을 더 준 것은 부당 노동 행위로, 모두 불법이다. 노조가 회사로부터 돈을 받으면 자주성을 잃을 수 있다는 노조법 취지를 위반한 것이다. 고용부 통영지청도 작년 9월 이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불법 사례가 드러난 적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2021년 한 해에만 51건의 신고가 고용부에 접수됐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조사에 나선 적은 없었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직원 수 1000명 이상 사업장 중 노조가 있는 510곳을 대상으로 전임자 문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임자의 급여 수준과 각종 수당 지급 여부, 운영비 지원 등 전반적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