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사장

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해임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심의, 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15일 밝혔다. 국토부 항공정책실 관계자는 “구 사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대 사장 가운데 해임 건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해 임기(3년)가 절반이나 남아있는 공기업 사장을 갑작스럽게 해임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 해임 사유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온다.

◇스카이72 골프장, 공사 심벌 교체 등 잡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소유한 부지에 건설돼 있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사업자 재선정과 최근 공사 심벌 교체와 관련해 잡음이 불거진 것 등이 발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카이72 골프장은 올해 말 사용 기한이 끝나는데 사업자 선정을 입찰 방식으로 변경하려고 하면서 기존 사업자 측이 반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1년 전 사용한 20만원대 법인카드 문제와 인사 갈등 논란 등 국토부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들이 원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부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구 사장에게 지우고 ‘토사구팽(兎死狗烹)'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정규직 전환하는 과정에서 구 사장이 초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국토부 “감사 중이고, 그 밖에도 이유 있다"

공기업 기관장 해임은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등 사유가 있을 때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런 만큼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표면적으로 거론되는 해임 사유는 구 사장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국토부 감사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태풍 대응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떴으나 자택 인근 고깃집에서 23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 2월에는 인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직원을 직위 해제해 ‘인사 갑질’ 논란도 있었다. 이 2건의 문제에 대해 국토부는 감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번 감사가 해임과 관련이 있지만, 이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본환 사장 “납득할 수 없다”

구 사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토부 항공정책실장(1급)을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다. 정부 부처가 해당 부처 출신 산하 기관장을 임기 중에 해임 건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경영 실적도 큰 문제가 없다. 공사는 ’2019년 경영실적 평가'에서 ‘양호(B)’ 등급을 받았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 중에서 보통(C), 미흡(D) 등급을 받은 곳도 각각 2곳 있었다.

구 사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국토부의 해임 건의는 황당하고 납득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태풍 당시에 있었던 일은 상세하게 소명했고 인사 문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해임 건의를 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스카이72 골프장, 처가에서 운영하는 회사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갚을 돈 14억원 등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구 사장은 16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꼬여 있는 인국공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6월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따른 것인데, “불공정하다”는 취업 준비생 등의 반발이 컸다. 통상 자회사를 세워 자회사 정규직을 만들어줬는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고용하기로 하면서 정규 채용 과정을 거쳐 입사한 기존 정규직 직원과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지난달 보안검색원에 앞서 직접 고용 절차가 진행된 소방대원 등 230여명 가운데 47명이 경쟁 채용 절차를 거치면서 탈락 해고되자 내부 반발이 터졌다. 탈락을 우려한 보안검색요원들은 단체 삭발식을 열고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