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전경. /연합뉴스

경북 안동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병산서원 건물 곳곳에 망치로 못을 박은 KBS 드라마 제작 관계자 3명이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된 KBS 드라마 관계자 A씨 등 3명을 기소 유예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기소 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유를 고려해 공소 제기를 미루는 처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인이 별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한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 30일 병산서원 내 누각인 만대루(晩對樓)와 유생들의 기숙사였던 동재(東齋) 기둥 등 여러 곳에 못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촬영을 위해 조명 소품인 등롱(燈籠)을 매달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안동시가 KBS 드라마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 이후 KBS 측은 사과문을 내고 병산서원에서 촬영한 영상 분량을 전부 폐기했다. 지난달 11일 열린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도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이 사건 관련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병산서원은 임진왜란 시기 재상으로 활약했고 전쟁을 통해 반성하고 경계할 점을 담은 ‘징비록(懲毖錄)’ 등을 저술한 학자 서애(西厓) 류성룡이 1575년에 지금의 풍산읍에 있던 풍악서당을 옮겨 세운 병산서당이 전신이다. 1978년 사적 제260호로 지정됐으며, 2010년엔 하회마을의 일부로서, 2019년에는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