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 사하구 부산자동차고등학교 자동차관 실습실. 약 50평 크기 실습실에 신형 전기차 2대와 배터리 시뮬레이터(모의 장치)가 있었다. 한쪽엔 16석 규모 컴퓨터 학습실도 있었다. 원래 이곳은 학생들이 내연기관 분해·조립 실습을 하는 곳이었다. 학교는 올해 기존 기자재를 다른 실습실로 옮기고, 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새 장비도 구입해 공간을 싹 탈바꿈했다.
부산자동차고는 자동차 생산, 정비, 부품 등을 가르쳐 자동차 관련 기술 명장을 키우는 마이스터고다. 전체 수업의 절반 정도가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등 실무 교육이다.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기술 동향도 급변하는 가운데 부산자동차고는 실습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커리큘럼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올해 ‘미래자동차공학개론’이라는 신규 과목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 발로 뛴 이는 2024년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로 선정된 신문창(40) 교사다. 부산교육청이 시설 개선이 필요한 직업교육 중심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 주는 사업을 했는데, 신 교사가 예산을 따려고 교사들 의견을 모으고 인근 대학 교수를 찾아가 자문까지 했다. 그리고 1주일에 2~3일씩 밤을 새우면서 ‘왜 실습실 개선이 필요한지’ 알리는 글을 정성껏 작성해 신청서를 냈다. 이렇게 신 교사가 주도적으로 나서 따낸 예산은 3년간 약 15억원. 동료 교사는 “사립학교도 아닌 공립학교에서 저렇게 자기 일처럼 실습실 개선을 위해 뛰어다니는 선생님은 흔치 않다”고 했다.
◇졸업생들, “다시 입학할래요”
2018년 자동차고에 부임한 신 교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1990년대 엔진 모형으로 실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 입장에선 기자재가 많게는 수천만원으로 비싸기 때문에 낡은 장비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신 교사는 “학생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장비로 실습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부장 교사를 맡은 2021년 본격적으로 기자재 교체에 나섰다. 이제 부산자동차고 실습 현장은 웬만한 전문대 못지않다. 실습실이 말끔해지고 신형 차량도 생기자 학생들 호기심도 커졌다. 아이들은 실습실을 드나들며 신 교사에게 “이건 어떻게 구하신 거예요?” “저도 빨리 실습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실습실이 바뀌었다는 소식에 “다시 입학하면 받아 줄 거냐”고 장난 삼아 묻는 졸업생들도 있다.
◇”자동차 공부보다 인성이 우선”
신 교사는 경북 포항시 가난한 어부 집안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하길 바랐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공업계 고교에 갔지만,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고 간 친구들이 문신을 하고 절도 등 범죄를 저질러 경찰서를 드나드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 그는 ‘친구들 주변에 괜찮은 어른이 있었다면 다른 길을 걷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안동대 기계교육과로 진학했다. ‘공고 교사가 되어서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대학 졸업 후엔 육군 장교 생활을 하며 모은 3000만원을 아껴 써가며 3년간 임용시험을 준비한 끝에 교사가 됐다. 2013년 경남공고에 부임한 후, 5년 지나 지금의 부산자동차고로 옮겼다.
그가 자동차 교육에 앞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건 인성과 성실 두 가지다. 신 교사를 비롯한 자동차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어른에겐 늘 바른 자세로 인사하라”고 가르친다. 이날도 학생들은 삼삼오오 웃으며 교내를 다니다가도 교사는 물론 외부 방문객을 만날 때마다 90도로 몸을 숙여 인사했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 교사는 솔선수범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왔다. 교사가 된 이후 지금까지 자동차, 용접 등 자격증을 7개나 땄다. ‘내가 확실하게 알아야 아이들도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펜을 놓지 않은 것이다. 3학년 박준호군은 “신 선생님이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열정적이라는 건 이 학교 학생이라면 다 안다”면서 “아는 걸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하시는 선생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