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 절벽을 막아보겠다는 대책의 하나로 최근 “학부모가 원하는 시간까지 학교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초등 교육 시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원 단체들이 “국가 전략으로 내놓은 게 겨우 아이들을 학교에 오래 붙잡아 두자는 발상이냐”면서 반발하고 있다. 교총뿐 아니라 전교조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학부모들 사이에선 “초등학교 교육 시간이 늘면 돌봄 부담을 덜고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다”며 찬성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울산지역 전학교 학생들이 전면등교에 들어간 6월 28일 오전 한 초등학교학생들이 첫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1.06.28.뉴시스

◇저출산 대책 “초등 교육 시간 확대”

발단은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인구 절벽 충격 완화 방안으로 “학부모 희망에 따른 초등 교육 시간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인구가 줄고 노동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면서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더 높이기 위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발상이었다. 놀이 활동, 기초 학력 보완, 방과 후 체육·예술 활동 등을 추가해 원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더 오래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엄마 일 시키려고 아이들 붙들어두나”

교원 단체들은 “노동 공급 감소 대책이 초등학교 교육 시간 확대라는 정부의 비교육적 발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전교조는 “교육에 대한 고민 없이 교육을 수단화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출생률이 낮아 노동 공급 감소가 우려되니 경제활동인구는 최대한 일을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총도 “출산율 제고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초등 교육 시간 연장이냐”며 “어른들이 원하는 시간까지 학교나 돌봄 공간에 아이들을 머물게 하는 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초등학교 교육 시간을 늘리면 학부모의 경력 단절이 줄어들 것이라는 유의미한 상관 관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원인을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업 시수의 문제로만 환원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정부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정규 수업은 연 655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804시간보다 적고, OECD 34국 중 30위”라고 했다. 또 여성 경력 단절 사유 중 육아(42.5%)가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원 단체들은 “육아는 미취학 자녀를 돌보는 일이고, 자녀 교육은 초등학생 자녀 교육에 한한다고 통계청도 구분하는 개념”이라며 “OECD보다 수업 전체 시간이 적으니 학부모가 원하는 시간까지 초등 교육 시간을 확대하자는 것은 논리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수업 말고도 행정 업무에 들어가는 교사들 부담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 시간 늘어나면 사교육비 감소”

교육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2018년) 벌어졌던 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 논란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초등 저학년 하교 시각을 오후 3시로 늦추자는 방안을 대통령 업무 보고 때 보고했다고 밝히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후 시간엔 휴식과 놀이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저학년 하교 시각을 늦추면 학부모 돌봄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교사들 부담이 늘어난다는 교원 단체들 반대로 실현되진 못했다.

교원 단체 반발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정규 수업 시간 확대가 아니라 방과 후 학교, 돌봄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육과 돌봄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교사들 반발은 여전하다. 정부와 교원 단체 간 갈등 양상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교육 시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1 자녀를 둔 서울 한 맞벌이 부부는 “하교 후 아이를 돌봐줄 수 없어 수업 끝나자마자 승합차로 아이들을 데려가는 태권도장에 보내고 있다”며 “학교 교육 시간이 늘면 이런 사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