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에 필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공간입니다. 건물은 낡지만, 공간은 사람과 정보라는 콘텐츠로 채워져 변화를 이끌 수 있어요.”

장윤금(59) 숙명여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교육의 내용과 시스템, 공간까지 혁신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돌파구를 열겠다”고 말했다. 장 총장은 올해로 창학 114주년을 맞은 숙명여대의 첫 직선제 총장으로 지난 1일 취임했다. 숙명여대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장 총장은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석사,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04년부터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장윤금 총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 총장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편하게 원격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개인 학습 공간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장 총장은 “대학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교육 내용(콘텐츠), 교육 방식, 교육 공간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세 가지 혁신을 통한 대학 발전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장 총장이 ‘공간 혁신’을 통한 교육 경쟁력 강화에 주목한 계기는 코로나 여파로 시작한 지난 학기 원격 강의였다.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집에서 수강하지 않고 빽빽한 커피숍으로 찾아가 듣는 것을 보면서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 “실시간 화상 수업을 할 때 초라한 집안 환경이 비춰질까봐 카페로 간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커피숍에서 공부가 잘된다는 학생들도 있었죠. 캠퍼스 공간 혁신을 구상한 계기가 됐어요.”

장 총장은 취임 직후 학교 도서관을 비롯해 캠퍼스 곳곳을 가장 공부하기 좋은 공간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도서관의 무선 인터넷을 초고속으로 올려 원격강의 수강에 최적화하고, 공간을 개편해 학생들이 간단하게 ‘나만의 강의실’을 만들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감염병 종식 후에는 이런 공간을 소그룹 토의를 하는 협업 공간으로 확장하고, 가상현실(VR) 스튜디오를 들이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학생들이 높은 천장의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공부하면 집중이 잘된다고 하면, 대학 캠퍼스에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죠. 대학은 학생들이 오래 머무르는, 공부와 휴식에 최적화한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장 총장은 코로나 사태로 ‘초연결’이 세계적 화두가 된 것이 한국 대학에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나라보다 한걸음 앞서 있는 연구 분야를 찾아 개척하면 세계적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동아시아 주요 대학과 공동으로 성별 데이터 격차를 줄이는 연구를 사례로 들 수 있다. 그는 “자동차 사고 때 여성이 남성보다 피해가 더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회사의 충격 실험 때 사용되는 인체 모형이 남성 신체 데이터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이런 데이터 격차 개선과 더불어 환경, 빈곤, 안전 등 지구 공통의 문제에서 숙명여대가 특화된 연구 영역을 발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장 총장은 “숙명여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세계시민교육을 교양 필수 과목으로 개설했다”며 “세계시민역량을 갖춘 글로벌 여성 리더를 키워내겠다”고 했다. 학생의 학습 성향과 성취도를 분석해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학생이 가진 목표와 관심사를 분석해 진로를 안내하는 ‘인공지능(AI) 튜터’ 도입도 추진 중이다.

정보학 분야 전문가로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를 강의해온 장 총장에게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묻자 “신문과 책을 많이 읽으라”는 뜻밖의 답이 나왔다. 장 총장은 “좋은 정보를 찾는 훈련의 기본은 신문과 책”이라며 “신문은 국내와 세계 뉴스의 관련성을 볼 수 있어 놓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