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호 전 국군 정보사령관(왼쪽)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준비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비선 조직인 ‘제2수사단’을 구성하면서 “전라도와 군무원 출신은 빼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 심리로 열린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노 전 사령관이 유능한 인물 20명을 추리라면서 전라도와 군무원 출신은 빼고 부사관을 포함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 지시를 받고 현직 정보사 간부들을 시켜 요원 명단을 작성한 뒤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문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노 전 사령관이 ‘해외 출장을 취소하라’고 했다고도 증언했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25~29일 일정으로 해외 출장이 잡혀 있었는데, 출장 전날 노 전 사령관이 화를 내며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당장 취소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몇 개월 전부터 해당 국가·기관 등과 조율된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니 노 전 사령관이 “늦어도 수요일(27일)까지 돌아오라”고 했다고 한다. 문 전 사령관은 수요일까지 돌아오려고 시도했지만 실제로는 원래 일정대로 금요일(29일)에 돌아왔다”고 했다.

문 전 사령관이 처음 제2수사단 명단 작성을 지시받은 건 지난해 9월쯤이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이 ‘북한 고위급 장성 등 대량 탈북 상황이 발생할 징후가 있다’며 요원을 선발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후 10월 초중순쯤 김모, 정모 대령을 지목해 두 사람에게 선발을 맡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문 전 사령관은 정보사령관도 모르는 대량 탈북 상황을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아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이상했다”고 했다. 이에 내키지 않아했더니, 노 전 사령관이 “너 나 못 믿냐, 내가 너한테 나쁜 것 시키겠느냐”며 “장관이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문 전 사령관은 “이후 김용현 전 장관이 10월 14일 실제로 비화폰으로 전화가 와 ‘노 전 사령관을 잘 도와주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김 전 장관에게 전화를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이튿날인 12월 4일에도 문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수고했다. 모든 일은 장관인 내가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