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를 성폭행 혐의로 무고해 징역형이 선고됐던 40대 여성에 대해 “피고인이 일관된 입장과 태도를 유지하며, 지도교수를 고소하며 근거로 내웠던 사실이 허위가 아닌 이상 무고가 성립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무고 주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고소사실이 허위라는 적극적인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내연 관계에 있는 자신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B교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무고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1월 “B교수가 지위를 이용해 2014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총 14회에 걸쳐 자신을 상습적으로 간음하고, 2016년 6월 자신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며 B교수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B씨는 “A씨와 내연의 관계로 지낸 것이며,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일 뿐”이라며 “A씨를 강간하거나 지도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간음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7년 5월 ‘수차례 걸쳐 간음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증거불충분으로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B교수는 A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자신의 지위를 적극 이용해 A씨를 그루밍해 심리적 항거불능에 빠뜨려 간음했고 이로 인해 A씨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이 사실이므로 A씨의 고소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조사과정에서 A씨가 진술을 번복한 점, 피해 발생 전후로 A씨가 B교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불륜사실을 알게 된 B교수 아내가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A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점 등을 주목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B교수가 A씨를 강간하거나 자신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B교수와 간음한 사실이 없음에도, A씨가 허위의 사실을 신고해 B교수를 무고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언론매체를 통해 B교수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 성립하는 범죄”라며 “이 사건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적극적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해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 그 자체를 무고를 했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위계적 관계에 더해 B교수에게 A씨 내면의 모든 고민과 상처를 고백하고 그 해결책을 상담받아 왔던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B교수의 권위에 복종하거나 그와 맺은 신뢰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A씨와 B교수의 성관계가 A씨의 자유의사 내지 성적자기결정권이 제압된 상태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