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백원우 전 의원. 차명계좌 의혹과 허위 국회 인턴 등록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두 사람은 검찰 고발됐지만 석달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공익 제보자가 "나도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며 윤건영, 백원우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 기획실장 시절 회계 부정을 저질렀고 미래연 직원을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실 인턴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월급을 받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를 언론에 제보했던 김하니(34)씨가 “나도 공범”이라며 16일 서울남부지검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의혹은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지난 6월 윤 의원과 백 전 의원을 고발해 남부지검 형사4부에 배당됐었다.

노무현재단 부설 미래연의 회계 담당 직원이었던 김씨는 이날 본지에 “고발 석 달이 지났는데 참고인 조사 통보조차 없었다”며 “미래연 부정의 공범인 내가 피의자가 돼도 좋으니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 이와 같은 불법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뭉개니 공익 제보자가 처벌을 감수하고 스스로 자수하며 진술서를 수사팀에 제출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남부지검은 고발이 들어온 지 석달이 지났지만 윤건영, 백원우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날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와 범죄사실 진술서 등에서 “본인은 2011년 미래연에서 상근자로 회계 업무를 담당했다”며 “윤건영 실장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일들을 다수 저질렀지만 그간 어리석게도 자수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발 이후 석달이 지난 시점에도 아직 참고인 조사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 자수서를 작성해 제출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수서에서 “2011년 5월 17일 윤건영 실장 지시로 본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며 “윤 실장은 ‘하니씨 명의의 무자료 통장을 하나 개설해서 이 돈을 입금시키라’며 110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 광흥창의 모 은행 지점에서 통장을 개설한 김씨는 “입금하는 동안에도 해당 행위가 불법임은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윤건영 실장은 미래연 직원들이 지자체 용역을 수행한 뒤 법인 통장으로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고 본인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할 수 있도록 계좌번호를 알려주라고 지시해 해당 내용이 불법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차명계좌번호를 알려줬다”고 했다.

당시 강모씨, 안모씨 등의 미래연 직원들은 2017년 대선 이후 윤건영 실장을 따라 모두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윤건영 실장의 지시는 문자나 전화, 구두 지시 등의 방법으로 이뤄졌다”며 2011년 5~11월까지 2100여만원의 지자체 용역비, 10·4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 참여한 미래연의 용역비 590여만원이 입금된 차명계좌 사본을 첨부했다.

김씨는 또 “2011년 7 월 윤건영 실장은 ‘백원우 의원이 미래연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을 알고 미래연 직원 한명을 본인 의원실에 등록해서 미래연 인건비를 절약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미래연 재정 상황에도 도움이 되고 하니씨 스펙에도 좋을 것 같다. 일은 미래연에서 하고 월급만 국회에서 받으면 될 것’이라는 제안을 했다”며 “허위 취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미래연의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스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어리석은 판단에 의해 백원우 의원실 인턴으로 등록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1년 7~12월까지 국회 사무처에서 받은 550여만원이 입금된 차명계좌 내역을 첨부했다. 김씨는 “당시 백원우 의원실에 가본 적도 없고 몇 호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남부지검은 지난 달 김씨에게 “현재 다른 사건도 많이 밀려있어서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지검 측은 이날 김씨가 제출한 자료들을 검토해 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돈거래나 사적으로 쓴 돈은 없다. 미래연과 백 의원실은 협력 관계였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