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판매되는 일회용 전자액상담배 완제품이 중국 법령상 제조 및 유통 자체부터 불법인 것으로 주간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중국 내 전자액상담배의 경우 ‘연초 니코틴’만 제품에 함유될 수 있으며, 이른바 ‘합성 니코틴’은 중국 내 전자담배에 사용될 수 없다. 따라서 합성니코틴 제조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전자액상담배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제조된 합성니코틴 함유 제품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해 유해성 검사를 통과한 합성니코틴이 원가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중화인민공화국 담배전매법’에 따르면 중국은 연초가 아닌 성분으로 담배를 제조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담배전매법의 하위법규인 ‘전자담배 관리방법’을 통해 전자담배 니코틴 제조업자는 국가로부터 영업권을 가진 자로부터 담뱃잎을 구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관련 표준에 따라 전자담배 역시 액상의 설계 및 원료를 반드시 연초에서 추출한 ‘담배 알칼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정한 것이다. 결국 연초가 아닌 다른 화학물질이 함유된 합성니코틴으로는 전자담배의 액상을 제조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법령은 해외 수출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중국의 수출용 전자담배 관련 법령에 따르면, ‘수출용 전자담배 제품은 수입국의 법률에 따라 준수할 수 있다’고 나온다. 구체적으로 ‘전자담배 관리방법 33조’는 ‘중국 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수출에만 사용되는 전자담배 제품은 목적지(수입) 국가 또는 지역의 법률, 법규 및 표준을 준수하여 제조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한국은 합성니코틴이 함유된 액상전자담배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중국 법령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바로 ‘목적지 국가 또는 지역에 관련 법률, 규정 및 표준이 없는 경우, 중국의 법률, 규정 및 표준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업자들이 한국에 이를 수출할 목적으로 만들 경우 중국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 국내에서 제조 및 유통되는 제품에서 합성니코틴이 금지됨에 따라 한국에서 수입하는 제품 역시 ‘합성니코틴’으로 제조된 경우 수입이 불가하다. 만약 중국에서 제조된 전자담배 제품이 수입될 경우 연초 성분 전자담배만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중국이 한국의 담배사업법 규정을 따른다고 해석할 경우라도 한국 법령상 담배의 성분으로 인정되는 ‘연초 니코틴’만 함유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변호사는 “법적인 측면에서 (전자담배 제조 과정에) 합성니코틴을 쓸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중국에서 제조된 일회용 전자액상담배 제품들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에서 제조를 금지하고 있는 합성니코틴이 국내로 어떻게 들어왔느냐다. 합성니코틴 원액이나 합성니코틴이 함유된 전자액상담배 완제품을 수입할 경우, 국내 통관 규정상 다섯 가지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2023년 7월 당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매단계부터 액상 추출 및 수출단계까지 제조공정별로 수출국 내 줄기·뿌리추출 (또는 합성) 니코틴 용액 제조사실 증빙자료’와 ‘신고서 품명란에 줄기·뿌리추출 (또는 합성) 니코틴이 기재된 수출국 세관 발행 수출신고필증’ 등이 해당 서류에 포함된다. 결국 ‘합성니코틴’이 포함됐을 경우 해당 내용이 명시된 서류가 제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법령상 합성니코틴이 제조 및 수출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정식으로 합성니코틴이 신고될 경우 중국 수출 세관을 통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국산 합성니코틴이 국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중국 세관이 고의로 눈을 감거나, 국내 관세 당국에 허위서류가 제출됐을 가능성, 마지막으로 관세 당국이 이를 묵인했을 가능성이다. 가장 앞의 경우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국내 관세 당국이 관련 법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수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들어와 있는 일회용 전자액상담배의 경우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면서 “수출국인 중국의 법령에 따르면 모두 적발되거나 구체적인 성분 분석이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모 변호사 역시 “결국 중간 과정에서 세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위조됐거나, 실제 중국에서는 연초 니코틴으로 제조하고 나서 수출 과정 등에서 택(tag)만 합성니코틴으로 바꾸는 식으로 ‘상표 갈이’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 액상전자담배 대부분 중국산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자액상담배의 관리 부실에 대해 지난 2019년 시정 조치를 명령했음도 관세 당국의 관리 감독은 여전히 부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감사원 감사 이후에라도 중국산 합성니코틴 수입과정에 대해서 면밀히 들여다봤으면 지금과 같이 불법 제품이 대량으로 유포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세를 피하기 위해 매번 업체들이 술수를 써왔는데, 사실 애초부터 중국에서 합성니코틴 제조가 불법으로 드러났다”며 “통관 과정에서 관리가 부실했거나 유통 업체들이 허위로 신고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니코틴이 포함된 제품의 통관 과정에서) 각종 서류들을 제출받고 있지만, (중국 내 법령 관련 사안은) 처음 들어본다”며 “(니코틴의) 원산지마다 세율이 달라지거나 세금을 안 걷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별히 관련 규정은 없다”며 “천연(연초)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둔갑시키거나 허위 신고를 단속하기 위한 관리 감독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리감독이 부실한 상황에서 불법 전자액상담배의 피해는 점차 커지고 있다. 주간조선이 2022년 10월 2727호 ‘살인도구 고농축니코틴 3분 만에 구매… 정부 부처 폭탄 돌리기’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중국에서 들여오는 합성니코틴이 강력범죄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이 자동판매기로 구입이 가능한 상황까지 왔다.
최근에는 유사 니코틴 수입업자들이 ‘무니코틴’이라는 홍보 문구를 동원해 액상담배를 판매했으나, 이마저도 연초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전자액상담배 15종을 조사한 결과, ‘무니코틴’으로 표시된 12개 제품 중 7개와 니코틴 함유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2개 제품에서 각각 최소 82㎎에서 최대 158㎎까지 니코틴이 검출됐다. 이는 일반 궐련 담배 수백 개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최대 함량으로 나타난 A 제품의 경우 궐련 담배 340개비와 유사한 양이 검출됐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과세를 위한 규제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업자들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