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종우 거제시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별도 형량을 구형하는 대신 재판부에 ‘적의 판단’(백지 구형)을 요청했다. 적의(適宜) 판단은 검찰이 구형하지 않고, 법원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검사가 형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 없으니 법원이 형을 정해달라는 의미다. 무죄 구형과는 다르다.
검찰은 23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종범)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여러 증거에 비춰 피고인의 유죄 증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에 따라 공소가 제기됐으므로 재판부의 적의 판단을 구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당원 명부 제공과 소셜미디어(SNS) 홍보 등을 대가로 당시 자신의 SNS 홍보팀원이었던 A씨를 통해 서일준 국회의원실 직원 B씨에게 3회에 걸쳐 13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기소됐다.
거제선관위는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박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시장의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직접 돈을 주고받은 2명만 기소하고, 박 시장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경남선관위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재정 신청했고, 법원이 지난 6월 이를 받아들이면서 검찰이 박 시장을 기소하게 됐다. 재정신청은 검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불기소했을 때 고소·고발인이 이에 불복해 법원에 검찰 결정이 타당한지 판단해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면 검찰은 그 결정에 불복할 수 없고 반드시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검찰은 “피고인이 측근 A씨에게 돈을 주는 모습을 보았다는 B씨의 진술은 일관되지 못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여러 증거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유죄 증거가 명확하지 않지만,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에 따라 기소된 만큼 재판부가 면밀히 살펴본 후 법과 원칙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민선 8기 거제시장으로서 공무원들과 최선을 다해 행정을 보고 있다”며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